[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보험업계가 MZ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미니보험’이 판매량 측면에서 속속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낮은 수익성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소액단기보험이라고도 불리는 미니보험은 보장 기간과 범위를 축소한 대신 보험료를 1만원 내외로 내려 실용성을 높인 상품이다. 일반적인 보험보다 상품 구조를 이해하기 쉽고 가입 과정도 간단하다.
종류 또한 다채롭다. 각종 질병은 물론이고 여행·운전·취미·반려동물 등 일상에 관련된 각양각색의 보장을 미니보험을 통해 제공 받을 수 있다.
현재 미니보험은 이 같은 특징을 앞세워 하나둘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실속은 채우되 진입장벽은 낮춘 점이 보험에 익숙하지 않은 2030세대를 효과적으로 끌어당겼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NH농협생명의 미니보험은 올 상반기 누적 판매건수 1만 건을 달성했다. NH농협생명이 판매 중인 미니보험은 총 5종으로, 이 중 ‘검진쏘옥NH용종진단보험’과 ‘환경쏘옥NHe독감케어보험’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라플365미니보험’도 인기몰이 중이다. 해당 상품은 지난 5~6월 1만 건 이상의 월평균 신계약 건수를 기록했다. 인기 비결은 해당 상품에 포함된 ‘아웃도어 플랜’이다. 야외활동에 특화된 보장을 제공한다는 점이 휴가철 가볍게 가입할만한 보험을 원하는 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이 외에도 롯데손해보험의 생활밀착형 보험 플랫폼 ‘앨리스’에서 체결된 보험 계약이 최근 10만 건을 넘어섰으며,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해외여행자보험은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1년1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15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처럼 눈에 띄는 흥행에도 불구하고 미니보험을 바라보는 보험업계의 속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투입 비용과 흥행 성과 등에 비춰봤을 때 수익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니보험은 상품 특성상 1회성 가입이 대부분인 데다가 보험료가 낮고 가입 기간도 1년 이하로 낮아 기존 상품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 흥행 성적이 곧장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니보험을 주로 판매하는 5개 디지털 보험사(교보라이프플래닛·신한EZ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는 몇 년째 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는 ▲교보라이프플래닛 214억원 ▲신한EZ손보 78억원 ▲카카오페이손보 373억원 ▲캐롯손보 760억원 ▲하나손보879억원이었다.
올 1분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보라이프플래닛과 하나손보가 손실폭을 줄이긴 했지만 5개사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미니보험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젊은 소비자를 불러 모으기 위한 일종의 ‘입문용 상품'”이라며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정체성 탓에 상품 자체의 수익성을 뛰어나게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니보험을 주로 취급하던 디지털 보험사들이 근래 들어 장기보험 등 타 상품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수익성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보험사 대부분이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으로 고객층을 확보한 뒤 다른 상품을 ‘업셀링’ 하거나 ‘크로스셀링’ 하겠다는 계산을 갖고 있다”며 “소비자 수요에 맞춰 더욱 다양한 미니보험이 등장은 하겠지만 상품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한편, 미니보험 역시 보험인 만큼 원했던 ‘가성비’를 챙기려면 가입 시 약관 등을 세세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 보험 전문가는 “미니보험에 ‘미니’라는 단어가 붙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저렴한 보험료에 혹해 무턱대고 가입했다가 기대보다 부족한 보장에 실망하는 소비자가 드물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보장 기간이나 범위 면책사항 등을 찬찬히 살피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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