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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034730)그룹은 ‘따로 또 같이’라는 특유의 경영 전략을 바탕으로 사업을 꾸려왔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수년 전만 하더라도 유망한 사업을 분할해 자금을 유치하는 ‘따로’ 전략에 무게가 실렸다. 독립 경영을 통한 빠른 의사결정이 사업을 키우는 데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 결과 계열사는 22년 동안 3.7배 증가해 200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경기 둔화 속에 배터리와 친환경 등 미래 산업에 캐즘(일시적 성장 정체)이 걸리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변했다. 일부 부실 계열사들이 그룹의 재무구조를 갉아먹는 독이 되자 생존을 위해 다시 뭉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종계열사 간 합병이 리밸런싱의 한 축이 된 이유다.
성장성은 높지만 당장은 적자를 내는 회사를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회사와 결합하면 자금난을 해소하고 신사업 추진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 다만 이종 산업 특성상 유기적·화학적 결합에 실패하면 양쪽 다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SK(주)로부터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를 이관 받아 편입을 완료하면 매출액 10조 원을 웃도는 대규모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난다. 이날 SK에코플랜트 이사회는 두 회사의 편입 안건을 의결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산업용 가스를 생산하는 회사로 지난해 매출 8210억 원을 기록했다. 에센코어는 SK하이닉스로부터 D램 등을 공급 받아 SD카드와 USB 등을 만든다. 지난해 매출 2575억 원을 냈다.
둘 다 SK(주)의 알짜 자회사로 꼽히는 만큼 SK에코플랜트의 외형 확장과 더불어 수익성 개선 효과가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33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합병에 성공하면 단번에 흑자로 전환한다. 기업공개(IPO)가 더 수월해지는 셈이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는 지난해 각각 652억 원, 59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온도 전날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을 결정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누리게 됐다. SK온은 트레이딩 사업과 탱크 터미널 사업에서 나오는 5000억 원 규모의 추가 상각전영업이익(EBITDA)를 기반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짜 자회사를 붙여 미래 신성장 사업인 배터리와 친환경 사업을 키우기 위한 조치”라며 “이종 산업 합병에 대한 우려감도 있지만 당장은 급한 불을 끌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잘 이용하면 신규 시장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산업용 가스 공급 및 설비 기술력을 환경 사업에 접목해 고도화 한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가 가스설비 플랜트도 짓고 있는 만큼 SK에코플랜트가 앞으로 지을 반도체EPC 공장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온도 합병 회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096770) 사장은 “배터리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니켈 등 원재료 소싱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트레이딩 역량을 활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도 이번 결합으로 신규 시장 창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업에 배터리 원재료 소싱을 추가하면 석유에 편중됐던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다”며 “SK엔텀도 트레이딩 사업과 결합하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업적 이해도가 낮아 구체적인 시너지 방향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합병된 회사들의 독립성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조직 문화나 시스템 통합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합하는 각 사업별로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회사별로 따로 있던 사업을 단계적으로 연결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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