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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고 부족한데…트럼프보다 심각한 국힘의 ‘금리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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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에도 목숨을 건진 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가 경호원들과 함께 피신 중이다. [사진출처=AP/뉴시스]
피격에도 목숨을 건진 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가 경호원들과 함께 피신 중이다. [사진출처=AP/뉴시스]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트럼프발 금리 인하 조절론’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가 암살 미수 사건으로 오히려 이득을 보면서, 기준금리 조절 시점에 미칠 수 있는 그의 실질적 힘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 역시 비슷하게 금리 카드를 꺼내드는 여권과 정부 일각 움직임이 대두돼 관심이 모아진다.

정책의 세부적인 부분인 속도 부분에서는 서로 주장이 다르지만(인하를 늦춰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 대 금리를 빨리 내려야 한다는 한국 여권의 주장), 정치적 목적이 깔린 제스처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18일 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경우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는 현재의 부동산 상황이나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 등을 감안할 때 더더욱 금리를 섣불리 인하하거나 심지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인하할 수는 없는데 이를 도외시하는 주장이 나오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유력하다.

미국, 고금리 뉴노멀론과 인하 불가피론 엇갈리지만…연준 독립성 일단 보장 분위기

트럼프 후보는 이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을 심각하게 압박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경기 부양 효과를 일으키게 되므로, 현 정부 즉 민주당 조 바이든 진영에 유리한 득표 배경이 된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에 기반에 트럼프 후보는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더라도  시기를 대선 이후로 조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연준과 파월 측을 압박하고자 한다는 것.

다만 현재로서는 파월 의장이 이사로서 갖는 잔여 임기만큼은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보장하는 쪽으로 트럼프 진영에서도 기본 스탠스를 바꾸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장 중요한 건 연준과 연방준비은행(연은) 인사들의 중립적 가치 판단과 독립성 수호 노력이다.

17일(현지시간) 공개된 7월 경기동향보고서(베이지북)에선 경제활동이 정체되거나 감소한 지역이 늘었다는 진단이 나왔고 주요 인사의 소신 발언도 뒤따르고 있다. 트럼프 진영의 압박에도 연준이 9월 금리 인하를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뉴욕 연은 존 윌리엄스 총재는 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우리가 바라던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신호다. 목표 인플레이션 2%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를 보고 싶다”고 발언했다. WSJ은 이를 두고 9월 연준이 인하 카드를 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해석했다.

연준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금리 인하론으로 돌아선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고금리가 글로벌 경제의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물론 대두된다. 이 주장은 연준이 연내 몇 회, 혹은 어느 시점에 금리를 내릴지는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석좌교수는 6월 28일 세계경제연구원과 신한은행이 공동 주최한 서울 국제금융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견해를 내놨다. 

로고프 교수는 “연준이 금리를 언제 인하할지, 한 번 내릴지 두 번 내릴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며 “각국 중앙은행들에게 정치적 금리 인하 압박이 가해지고 있지만,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것이 현재의 뉴노멀 시대”라고 덧붙였다.

결국 의견이 엇갈리고 심지어 고금리 뉴노멀론까지도 존재하지만, 중요한 점은 금리 유지론과 금리 인하론이 경제 상황에 따라 엇갈리며 논리에 따라 진행되는 토양이 미국 등지에서는 대두되고 있다는 부분이다. 

정부와 여권, 연이은 한국은행 압박…한은, 버티고는 있지만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이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서 금리 동결(연 3.50%)을 결정했다. 이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도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적절한 시점에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시장금리 상황을 놓고, 이 같은 그의 입장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동결을 연달아 택하면서도, 인하 가능성을 시사해 사실상 선반영되는 문제를 빚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금리 선반영 현상은 정책의 실효성 폭을 좁히는 부작용을 낳는다. 

더 큰 문제는 행정부와 여당이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 압박을 넣고 있다는 데 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며 “서민 경제의 가장 핵심이 금리 문제인 것을 직시해 이 문제에 당과 정부가 나섰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금리는 내려갈 방향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내놨다. 

15일 국민의힘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서도 참석 위원들 사이에서 금리 인하 주문이 있었다. 이는 대출이 많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이자 부담을 감소시켜 줄 필요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맞서 한국은행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장중 한때 1400원을 찍은 바 있고, 근래 계속 1380원대 고공 행진을 이어오는 중이다. 유동성 과잉 등 경제지표 악화의 결과물이며, 금리를 이자 부담 경감이라는 목적으로 섣불리 인하해서는 안 될 상황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그래서 최근 기자들을 만난 이 총재는 물론, 15일 여당 민생안정특위에 참석한 한국은행 관계자도 신중론을 폈다는 것이다.

학자들의 의견은 더 신랄하다. 이자 부담 경감이라는 당근을 만들기 위한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이용해서도 안 되고, 인하 시점을 미국의 형편을 살펴 사실상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심지어 정치권 등에서 미국의 움직임보다 빠른 금리 인하론 즉 ‘선제적 금리 인하론’까지 대두되나, 학자들은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전, 우리가 먼저 현재의 한미 금리차나 한미간 금리 역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무리한 주장이라는 비판도 내놓는다. 

[사진출처=뉴시스]
[사진출처=뉴시스]

금리 인하 불가론 눈길…펀더멘탈과 외환보유액 등 관건, 12월까지 늦추자 주장도 

국내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8월까지는 기준금리가 인하가 적당치 않다는 국제금융협회(IIF)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6일(현지시간) 발간된 IIF 보고서는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목표치 근접에도 조기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며 이같은 기조는 8월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IIF는 한국이 자본 유출 증가와 환율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도 미국의 정책 금리 인하 예상을 추종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세종대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는 “선제적 금리 인하론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이나 외환보유액 등을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외환보유액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0%대에 불과하다는 점을 짚는다. 그는 주요국은 GDP 대비 40~50%대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쌓아 위기대응력이 충분하다”고 짚는다. 또한 “경제 펀더멘탈이 약한 점에서도 우리는 일부 신흥국이 선제적 인하에 나섰지만 큰 탈이 없었던 사례와 무조건 동일시할 수 없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8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경제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조사대상 22개 신흥국 중 10개국(헝가리, 체코, 폴란드,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페루, 아르헨티나, 베트남)이 작년부터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금융·외환시장 지표 움직임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는 언급이 나오기는 했다.

금리인하 신흥국이 금리차 축소에 따른 통화가치 급락이나 급격한 자본유출 등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것. 다만 한국은행도 이들 국가의 금융·외환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양호한 글로벌 금융여건 △금리인하 여력 보유 △신흥국의 개선된 대외 복원력 등에 주로 기인한다고 풀이해, 김 교수의 주장 전제조건과 맥을 같이 한다. 

한성대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도 “현재 대출완화로 집값을 띄우는 이상한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지 않고 금리만 내릴 수는 없다”는 쓴소리를 내놨다. 

이 와중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당장의 이자 부담을 줄여두는 것밖에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각의 금리 인하론은 옳지 않고, 금리는 동결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금리 수준으로도 유동성이 과잉으로 풀리고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울러, “과거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우리도 충분히 고려를 했지만 금리를 적정선까지 올리지 않고 대출 거품만 키웠다”면서 디레버리지(부채 축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교수는 “현재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만 놓고 우리도 이를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디레버리지 맥락이 달랐다는 점에 대한 고민이 없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 개탄스럽다”고 짚었다. 김대종 교수도 “미국은 실업률 때문에 9월에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지만, 우리는 이를 고려하더라도 12월에 금리를 내리는 게 낫다. 더욱이 그 전까지 중소기업 챙기기 등 펀더멘탈 문제에 대한 노력에 최선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퓰리즘과 중앙은행 흔들기 대신 금리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학자들의 의견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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