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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장주인 ‘이차전지’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재 가장 뜨거운 업종인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는 탓이다. 코스피 상장사 대비 상대적으로 약한 기초체력(펀더멘털) 인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호재에서도 멀어져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 반등을 위해서 필수적인 이차전지의 업황 회복은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며, 또 다른 주요 산업인 바이오의 경우 신약개발 등 사업 자체의 변수가 많다.
여기에 최근 미국 중소형주가 강세가 국내 중소형주로 연결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투자자들은 코스닥보단 미국 주식 직접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더 크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1월 2일) 대비 코스닥 지수는 6.4%(18일 종가 기준) 하락했다. 같은 기간 5.8% 상승한 코스피와는 대비되는 결과다.
이는 코스닥 대장주인 이차전지의 부진 때문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1,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35.7%, 84.6% 하락했다. 수요 정체가 계속되면서 이차전지 종목에 대한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졌고, 결국 투자 매력 저하로 이어진 것이다.
더구나 코스닥 종목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기대감에서도 소외돼 있다. 밸류업의 핵심은 ‘기업의 자본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코스닥 상장사의 펀더멘털은 코스피 상장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실제 증권가에 내놓은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살펴보면 코스피 상장사는 연초 대비 5.1% 상향 조정됐지만, 코스닥 상장사는 20.6% 하향 조정됐다.
문제는 이 같은 코스닥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장주인 이차전지의 경우 미국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를 비롯한 탄소배출량 감소 정책 폐기를 꾸준히 주장해오고 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전기차 보조금을 폐기한다면, 미국 내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는 물론 배터리 수요도 동반 감소하게 된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에 대한 수요도 위축시켜, 국내 배터리 제조사와 소재 기업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코스닥 주요 종목인 바이오는 금리인하 혜택을 볼 수 있는 종목이지만, 신약개발 등 사업 자체가 변수가 많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해외투자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현재 강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중소형주에 직접 투자가 용이하다는 부분이 코스닥 투자 수요에 악재다. 특히 미국 중소형주 강세가 한국 중소형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형주에 비해 중소형주의 가치평가배수(멀티플)가 장기추세를 하회하고 있다는 만큼 순환매가 더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라며 “미국 중소형주 강세로 인해 한국 중소형주에 대한 기대감이 생길 수도 있으나, 통계상 미국과 한국의 중소형주 연관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 또한 “미국 러셀2000지수(중소형주 중심) 강세와 한국의 코스닥 강세는 다른 성격이라고 판단한다”며 “시장금리의 추가적인 하락 등 코스닥 회복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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