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액면분할(일정 비율로 주식 액면가를 나눠 총 주식 수를 늘리는 것)에 나서는 대형 기술주가 잇달아 등장한 가운데 이들 주식을 사모으는 국내 투자자도 크게 늘었다. 액면분할은 곧 주가 상승이라는 주식시장 통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액면분할 기대감을 등에 업은 기술주라고 해도 순환매 장세나 트럼프 리스크와 같은 변수에는 여지없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액면분할이 주가 상승을 무조건 담보하지 않는 만큼 투자자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들어 16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해외 주식은 미국 통신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개인은 브로드컴을 1억4547만달러(약 201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올해 4~5월까지만 해도 브로드컴은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달 갑자기 4위(2억2863만달러·약 3159억원)를 차지하더니 이달 들어 1위까지 장악한 것이다.
시장에선 브로드컴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각) 올해 매출 전망치를 500억달러에서 510억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동시에 10분의 1 액면분할을 발표한 영향으로 풀이한다. 이달 15일 액면분할이 미 증시에 반영되기 전까지 브로드컴 주가는 16.41% 치솟았다.
기업이 일정 비율로 주식 액면가를 쪼개 주식 수를 늘리는 액면분할을 하면 주당 가격은 낮아진다. 투자자로선 주가가 저렴해졌다는 착각을 느낄 수 있다. 통상 액면분할 직후 거래량이 늘면서 주가가 단기적으로 치솟는 이유다. 올해 미국에서는 브로드컴을 비롯해 엔비디아·월마트·치폴레 등의 기업이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엔비디아는 5월 22일 10분의 1 액면분할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달 10일 증시에 적용되기 전까지 이 회사 주가는 26.73% 급등했다. 이 기간에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는 엔비디아 주식을 3억1241만달러(약 431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하지만 브로드컴도 엔비디아도 단기 급등 이후 최근 들어서는 주가가 조정받는 모양새다. 대형 기술주에서 차익 실현한 뒤 중·소형주로 옮겨가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면서 ‘액면분할 효과’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달 10일 액면분할 이후 올랐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전날까지 2% 넘게 하락했다. 브로드컴 역시 액면분할이 반영된 이달 15일부터 전날까지 8.28% 하락했다.
여기에 11월 대선을 앞두고 각 진영 정책 기조에 따라 증시 변동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예컨대 전날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대만 TSMC 등에 지급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문제 삼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후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모두 6~7%대 약세를 보였다.
투자 과열 우려도 액면분할 효과를 약화하는 요소로 꼽힌다. 미국 투자회사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지난달 19일 ‘극도의 과매수’ 종목 리스트를 공개했다. 브로드컴이 1위, 엔비디아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액면분할 자체에 의미를 두지 말고 기업 가치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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