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후아파트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사업 전환을 고려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18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리모델링도 분담금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 진전이 크지 않은 단지들은 재건축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리모델링조합과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기 안양 평촌 목련2단지는 리모델링 조합과 재건축 추진을 주장하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했다. 강남 개포동 대치 2단지도 일부 주민이 ‘재건축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최근 리모델링 조합 해산을 결의했다.
앞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추진되면서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선정되면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면제,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이 제공된다. 또 국회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폐지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반면 리모델링은 관련한 규제완화나 혜택이 없다.
이에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조합들 사이에서는 재건축과 비교해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한 리모델링 조합장은 “정부와 지자체 모두 역차별로 느껴질 만큼 리모델링 사업에 있어서는 규제를 더 하고 있다”며 “특히 서울시가 건축심의 전 사전자문 제도를 만들면서 건축심의를 통과한 단지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서울 지역 리모델링 사업은 건축심의 전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공동위원회)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리모델링 사업 절차는 조합 설립→안전진단→건축심의→리모델링 허가→이주·착공 순으로 이뤄지는데 건축심의에 앞서 사전자문을 받아야 한다.
또 다른 서울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하루하루 늦어질수록 분담금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인데 사전자문 제도가 도입되면서 절차 진행이 더 늦어졌다”며 “재건축처럼 규제완화되는 것은 바라지도 않고 절차 간소화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추진 등 규제가 완화되고, 세부 안전규제도 완화됐지만 리모델링 사업은 배제되면서 일부 리모델링 사업지에서는 재건축으로 사업을 선회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사업성을 위해 층수를 늘려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10년, 20년이 걸리더라도 재건축을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재건축을 주장하는 조합원들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일단 조합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리모델링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리모델링 사업에서 재건축 사업으로 전환할 시 조합 해산, 조합 대여금 반환 등 절차가 필요해 사업 진행이 늦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재건축 사업성이 있어도 기존 용적률이 낮은 경우 등 조건이 맞지 않아 재건축 추진이 어려운 단지도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리모델링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대신 추진 속도에서 강점이 있는데, 사전자문 등으로 절차가 지연되면 재건축으로 돌아서는 단지가 많아질 것 같다”며 “여러 단지 조합들 분위기도 리모델링을 빨리하는 것보다 차라리 사업 조건에 문제가 없다면 재건축으로 제대로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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