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18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곧 종료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12일 착수했던 우리은행 현장검사를 오는 19일 마무리한다. 금감원은 이달 5일까지였던 현장검사를 2주 연장한 바 있다. 금감원은 매년 하계 휴가철인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검사 휴지기를 갖는데, 올해는 이달 22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다. 금감원은 내부 검토를 거쳐 현장검사 결과와 대책을 발표하고, 검사 보고서 작성 등 제재를 위한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현장검사에서 지난 8일 검찰이 발표한 수준의 횡령 규모 및 사고 내용을 확인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창원지검 형사1부는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35차례에 걸쳐 개인과 기업체 등 고객 17명 명의로 허위 대출을 신청한 뒤 대출금 177억7000만원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또 A씨가 개인 고객 2명에게 ‘남아 있는 대출 절차를 위해 이미 입금된 대출금을 잠시 인출해야 한다’고 속여 2억2000만원을 편취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는 앞서 A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사고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달 10일 경찰에 횡령 사실을 자수한 A씨는 올해 초부터 100억원가량의 돈을 빼돌렸다고 했으나, 범행 기간 이전에도 유사한 수법으로 돈을 횡령한 사실이 발견됐다. 수사 결과 A씨는 횡령한 돈의 80% 이상인 약 150억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앞서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6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진술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로 흘러 들어간 자금 추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전이라 금감원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 등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A씨의 가상화폐 거래 내역과 자금 세탁 여부 등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검찰은 현재 가상화폐 계정에 남아있는 예치금 등에 대해선 동결 조처한 상태다.
관건은 제재 수위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감독 규정상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우리은행) 본점·지점의 책임을 최대한 엄정하게 물을 계획”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현장검사에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의 운영 실태를 점검했다. 대리급 직원이 수개월간 돈을 횡령했음에도 이를 지점 관계자는 물론 본점에서도 적발하지 못한 것은 시스템상 결함이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본점의 관리 실패가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될 경우 중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2022년 발생했던 700억원대 횡령 사고와 관련해 ‘기관경고’를 받았다. 감독 당국의 금융기관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기관경고 이상이 중징계로 분류된다.
아울러 금감원은 은행권에 이번 횡령 사고와 유사한 유형의 대출 사례가 있는지 자체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A씨는 ‘소액·단기’ 기업 대출은 본점 차원의 감시가 소홀하다는 점을 악용해 거래 업체들 명의로 ‘쪼개기 대출’을 받아 돈을 빼돌렸다. 은행권의 여신 매뉴얼에 따르면 ▲차주(돈 빌린 사람)가 법인인 경우 건당 5억원 이하 ▲만기 3개월 이내 단기 여신은 사후 점검을 생략할 수 있다. 또 A씨는 은행 본점에 대출금을 대출 명의자가 아닌 지점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돈을 횡령했다.
은행들은 사후 점검이 생략된 소액·단기 여신 중 이상 거래 내역이 있는지를 살피고 해당 대출이 대출을 받은 명의자에게 제대로 입금됐는지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은행들이 우리은행 횡령 사고 발생 후 자발적으로 유사 사례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었고, 당국도 철저한 점검을 지시했다”며 “아직 금융사고로 보고된 내용이 없는 걸로 보아 유사 사례가 나오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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