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국책은행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임금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시작으로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은행 이직률은 9.9%로 10%에 육박했다. 2019년 이직률 5.0%와 비교하면 4년 만에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다른 국책은행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기업은행 이직률은 7.1%로 2019년 2.0%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입은행 이직률은 3.7%에서 7.4%로 2배 가까이 뛰었다. 국책은행 3곳의 평균 이직률은 2019년 3.5%를 보인 후 코로나19를 겪었던 2020년, 2021년에는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다가 2022년 7.2%, 2023년 8.1%로 크게 뛰었다.
국책은행 인기가 하락한 주요 원인은 임금 때문이다. 국책은행은 시중은행 등 여타 민간 금융사의 연봉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책은행 3곳의 정규직 직원 평균 연봉은 1억981만원으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1억1600만원)과 비교해 600만원 이상 낮은 수준이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산업은행이 1억1299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기업은행 1억860만원, 수출입은행 1억786만원 순이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간 연봉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다. 2019년만 해도 국책은행 3곳의 정규직 직원 평균 연봉은 1억534만원으로 1억원을 웃돌며 4대 시중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 9550만원과 비교했을 때 1000만원가량 높았다. 그러나 점차 차이가 좁아지더니 지난 2022년 역전당했다. 이마저도 올해는 더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 3곳의 올해 직원 평균 연봉 예산은 1억310만원으로 전년 대비 670만원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4대 시중은행은 매년 2% 이상 연봉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일정 나이 이후부터 임금이 삭감되는 임금피크제 제도도 국책은행이 시중은행과 비교해 열악하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국책금융기관 희망퇴직자는 임금피크제 기간 급여의 45%를 퇴직금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반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는 시중은행의 경우 은행별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2~3년 치 급여에 퇴직격려금과 자녀학자금 등을 지급한다. 대략 3억~5억원가량을 받는 것이다.
아울러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논의 역시 이직률을 높이는 원인이다. 지난해 정부는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했다고 고시하면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산은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산업은행법의 국회 개정 절차만을 남겨뒀다. 이 때문에 내부 반발이 일며 인력 유출이 심해졌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산업은행법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지만, 정부의 2차 공공기관 발표 결과에 따라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의 이전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타 업권에 비하면 평균 급여나 처우가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금융권으로 한정했을 때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지방 이전이 본격화하고 임금 인상률이 그대로 유지되면 인력 유출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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