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사 의료기구의 채택과 판매를 늘리기 위해 임상 연구를 판촉 수단으로 활용한 의료기기 업체 제노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8700만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제노스는 2015년경 자사 관상동맥용 약물방출스텐트(DES) 출시에 앞서 시장 안착과 사용 유도를 위해 주요 병원 의료진에게 임상 연구를 제안하고 매출과 연계하기 위한 본사 차원의 판촉 계획을 만들었다. DES는 심혈관계 협착 시 삽입해 물리적으로 관을 넓혀주는 튜브 모양의 정밀 의료기구다.
자사 DES 출시 후 제노스는 매년 목표 매출 달성을 위한 신규 임상 연구를 사업계획에 반영하는 등 판촉계획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특히 해당 의료기구가 건강보험 급여 대상인 만큼 의료기관이 일상적으로 진료할 때 임상시험 명목으로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고려됐다. 의료기관이 모집 환자를 늘릴수록 받게 되는 연구비 구조가 커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들은 영업 부서 주도로 연구기관을 선정하고 판매실적을 관리하는 한편 계획 수립, 임상시험 심사위원회 승인, 연구비 산정 등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했다. 또 임상 연구 확보를 위해 제품 선택권을 가진 영향력 있는 의료진과 지속적인 소통에 나섰다.
이러한 판촉계획에 따라 제노스는 의료기관과 동일·유사한 내용의 임상 연구 계약을 수년간 반복해 진행했다. 실제로 2016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전국 54개 병원에 19건의 임상연구를 제안해 실시해 연구비 명목으로 약 37억원의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특히 제노스의 DES 매출액의 상당 부분이 임상 연구 계약을 맺은 의료기관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판매액도 2016년 3억원에서 2022년 말 기준 49억원까지 늘었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부당하게 경쟁 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한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소비자가 의료기기를 직접 선택할 수 없는 의료기기 시장에서 제품 선택권이 있는 의사에게 부당하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환자에게 적합한 제품보다 의료인에게 이익이 되는 의료기기가 선택되는 왜곡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위는 제노스에 향후 금지명령·행위중지명령의 시정명령과 2억8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최장관 지식산업감시과장은 “금품·향응 등 불법성이 분명한 판촉 수단뿐만 아니라 의·약학적 목적으로 위장한 임상 연구 지원도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의료기기 시장에 만연한 리베이트 행위를 근절하고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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