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한나연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상위권 건설사 내에서도 분양 실적 저하, 재무 부담 증가로 인한 잠재적 신용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비우호적 건설 업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유동성 확보 및 리스크 관리 등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GS건설과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하반기에도 건설사들에 대한 부정적 신용도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A+에서 A’…GS건설, 내실강화 및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GS건설의 신용등급은 ‘A+’에서 A‘로 하향됐다. 영업정지 처분으로 인한 사업 및 재무적 변동성과 대규모 손실로 재무 부담이 크게 증가한 점이 반영됐다.
최근 GS건설은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면서 허윤홍 대표이사 체제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허 대표는 GS건설의 시공 품질 회복과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중장기적 내실 강화를 올해 주요 과제로 삼은 바 있다.
이에 최근 GS건설의 새 비전을 ‘투명한 신뢰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삶의 미래를 완성합니다’로 정해 사내 게시판에 공개했다. 핵심 가치로는 고객지향과 신뢰, 자율과 책임, 정도경영, 미래지향, 전문성 등을 꼽았다.
GS건설은 지난해 4월 인천검단아파트 사고에 따라 부실시공 논란 및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브랜드 가치 회복 및 주택 시장 실적 개선 등이 당면 과제였다.
GS건설 관계자는 “새로운 비전과 함께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리스크 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해,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져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GS건설은 지난해 사고 여파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은 GS건설이 올 2분기 8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 지난해 2분기 검단 사고 관련 비용 반영에 따라 대규모 적자를 냈던 것과 달리 흑자전환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회사인 GS이니마의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선 GS건설이 이니마 지분의 20%를 매각해 약 3000억원 이상의 자금 확보를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업황 반등 시 매각 결정을 철회할 수도 있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GS이니마 지분 유동화 과정은 수주 확대를 통한 지분가치 상향 가능성과 현금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신세계건설, 신용등급 하향됐지만…눈에 띄는 모회사 지원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은 ‘A’에서 ‘A-’로 하향됐다. 대규모 영업 적자, 분양 실적 부진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위험 등으로 인해 등급이 내려갔다.
다만 신세계건설은 최근 모기업 신세계그룹의 역점사업인 스타필드청라 공사를 수주하면서 총 9238억원을 수주했다. 신축 공사비가 8227억원, 전기공사비가 1011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신세계건설 매출액(1조5026억원)의 6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8월 착공하며 준공 예정일은 2027년 12월이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초 대구 미분양 사업장 등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 중 한 곳으로 지목되면서 위기 극복에 힘을 쏟았다.
예컨대 지난해 말부터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 사채 발행, 레저사업 부문 영업 양수도 등을 통해 6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특히 모회사의 든든한 지원이 눈에 띈다. 지난 5월에는 이마트가 자금 보충 약정을 제공하면서 6500억원의 자본을 추가 확충했다. 이로써 1분기 말 기준 807%였던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낮췄다.
이에 한국신용평가는 상반기 중 계열사 합병, 레저사업부 매각,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의 과정에서 계열 차원의 재무적 지원이 이뤄지면서 유동성 대응 부담을 크게 완화한 점을 반영해 회사채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HDC현산, 개발사업으로 실적 기대감↑…신용등급도 상승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신용평가 3사(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로부터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 받았다. 화정아이파크 사고 이후 저하된 사업 기반이 점차 안정화되고, 재무구조 개선과 더불어 PF 우발채무 위험이 경감된 점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도 HDC현산을 업종 내 최우선주로 언급하는 등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광운대 역세권 개발(H1) 프로젝트에서 2012가구의 일반 분양을 앞두고 있다”며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며 청약 경쟁률도 높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고, H1 프로젝트의 청약 경쟁률도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특히 “H1 프로젝트가 착공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오는 2025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9%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착공을 앞둔 4조5000억원 규모 H1 프로젝트 외에도 용산 철도병원 부지, 잠실 스포츠·MICE 복합단지, 청라의료복합타운, 공릉역세권 개발사업 등의 복합 개발사업이 줄지어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계열 지원, 유동성 확보 여부가 하반기 건설사 신용등급의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장기화하는 고금리와 투자심리 냉각으로 조달 환경이 굳은 상황에서 계열의 직·간접적 지원, 유동성 확보 여부는 차별화 요소”라며 “실제 상반기 롯데건설, 신세계건설은 계열 차원의 재무적 지원을 바탕으로 유동성 대응 부담을 완화했고 신용도 결정 과정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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