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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발전 가로막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 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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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ayo Clinic]
[사진=Mayo Clinic]

[녹색경제신문 = 이지웅 기자] WHO가 게임 산업에 쏘아올린 화살이 다시금 화두가 되고 있다.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한 WHO의 분류 체계를 그대로 따라갔을 경우 산업에 큰 규모의 피해가 일어날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관심이 모이는 중이다.

WHO는 지난 2019년 제72차 총회 위원회를 개최하고 ‘게임이용 장애’(코드 6C51)를 질병으로 분류했다. WHO는 이를 ‘중독성 행위 장애’로 분류했는데, 이는 도박 중독(코드 6C50)과 같은 카테고리로 묶인다. 해당 내용을 포함한 국제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이 제작년에 발효됐다. 

한편 표준분류에 관한 통계법 22조 1항에 의하면, 통계청장은 통계작성기관이 동일한 기준에 따라 통계를 작성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산업, 직업, 질병·사인(死因) 등에 관한 표준분류를 작성 및 고시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기준’이라는 단어다. 현행법이 유지 된다면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한 WHO의 판단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통계청 측은 “국내 여건과 상황을 감안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분류 체계를 작성하고 운영 중이다”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지금까지 ICD에 등록된 질병코드가 KCD에 빠진 사례는 없다. 또한 2019년에는 이를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가 구성됐으나, 5년동안 11차례의 회의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을 대하는 사회적인 시선도 아직 성숙하지 않다. 일례로 지난 6일 KBS에서 방영된 ‘스모킹건2’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만삭 아내를 살해한 남편의 범행 동기를 게임과 연관시켜 설명했다. 게임이용자협회에서 이를 규탄하는 청원을 넣어 KBS에서 답변을 내놨다. KBS 측에서는 “제작진은 한국의 게임산업이 ‘문화산업의 중추’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우리나라 게임 산업과 게임 이용자들을 무시하고 그 명예를 훼손 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으나 “게임을 범행의 ‘결정적 동기’로 단정하지 않고 다만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추론과 해석을 했다”면서 두 변인 사이의 연관 관계가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와 같은 내용을 살펴보면, 현 상황에서는 게임 이용장애가 질병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다만 정부가 게임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신중한 논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2024-2028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간하면서 “2028년까지 게임 매출 30조 원 및 게임 수출액 120억 달러, 게임 종사자 9만 5천 명 규모로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통해 작년 우리나라 게임 산업 규모를 19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편 한국콘첸츠진흥원이 지난 2022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게임산업의 규모를 20조원으로 가정했을 때 질병 코드가 도입됐을 경우 2년간 약 8조8000억원 규모의 산업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약 8만개의 달하는 일자리도 사라진다.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은 지난 8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게임 이용장애가 질병 코드로 등록되면 상당한 문제가 된다”면서 게임이용장애 진단 척도를 개발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에 충분한 이의제기를 넣겠다고 밝혔다. 

강유정 국회의원. [사진=강유정 의원실]
강유정 국회의원. [사진=강유정 의원실]

이러한 와중에 통계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지난 15일에는 민주당 소속 강유정 의원이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지난 2023년 이상헌 前 국회의원이 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된 것을 다시 도마 위로 올린 것이다. 

강 의원은 “WHO는 각 회원국이 세계보건총회의 국제질병분류 를 가능하면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을 뿐이고 현행법이 이를 반드시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또한 향후 게임 관련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게임산업 규모 및 매출액 감소로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게임산업 통계에 대한 심층분석과 전반적인 실태 등을 파악해 국제표준분류의 반영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됐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할 때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참고하도록 하되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국제표준분류의 반영 여부 등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의를 위한 시간도 넉넉하게 확보했다. 통계청은 지금까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5년 주기로 갱신해 왔고, 이를 내년도에 시행했다. 마지막 갱신 년도는 2020년이었다. 따라서 내년이 되면 KCD 9차 개정안이 나오고, 2026년도에 들어서 효력을 얻게 된다. 다만 통계청은 ICD-11 도입이 방대한 작업이기 때문에 이를 2030년 제정되는 10차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간 내 민관협의체에서 도출된 결론에 따라 국가통계위원회를 거쳐 게임 이용장애 질병 코드 포함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녹색경제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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