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이선행 기자] 반도체 업계에 관심이 쏠리며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계가 인력난·재정난을 겪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공정·개발 과정 등이 비슷해 ‘형제 관계’로 불리고는 한다.
17일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 A씨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우리의 경쟁자가 중국이 아닌 한국 반도체 업계라는 말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 치우친 관심과 기대로 디스플레이 업계는 뒷전”이라고 전했다.
인력도 연구비 지원도 모두 반도체 업계에 밀린다.
A씨는 “젊고 똑똑한 인재들이 모두 유사 업계인 반도체를 선택한다. 디스플레이 업계로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초반에 반도체 업계로 이직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경쟁 구도 속에 양사의 처우가 공개되며 비교되는 분위기다보니, 디스플레이 업계와 비교하며 처우가 더 좋은 반도체 업계로 향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학계 관계자 B교수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모두 언론에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반도체 업계에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학과 사업들 또한 반도체 분야를 다뤄야 특성화 사업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장비사들도 ‘돈이 되는 사업’을 선택하는 추세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 C씨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두 사업을 모두 갖고 있던 장비사들이 디스플레이 사업을 줄이고 반도체 사업 비중을 높인다. 돈도 시간도 들여야 해 당장은 부담이 되지만 결국은 돈이 되는 쪽을 택한다”고 말했다.
A씨는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반도체 업계보다 시장 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이지만 국산화율도 높고 공급망 측면에서 자립도가 높은 편이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독일,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가 있지만 디스플레이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 D씨는 대기업 주도로 산업의 목표 설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D씨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가 오며 반도체 업계는 산업이 변하는 주기가 빠른 반면, 디스플레이 업계는 그렇지 못하다”며 “대기업 주도로 미래 기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작은 기업들이 뒤따라 가며 산업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는 최근 ‘2023년 디스플레이 산업인력 수급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계가 LCD에서 OLED로의 인력 재편을 마무리하고 마이크로 LED, XR, 차량 등 신시장을 준비하기 위한 도약 단계에 돌입했으나, 우수 인력을 유입하려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부족 인원은 총 937명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으며, 30인 이하의 중소기업 부족률이 4.16%로 전년(2.1%)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해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심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학사, 연구개발직 인력 부족은 중소기업·수도권 외 지역으로의 취업 기피 현상 등의 문제에 더해 반도체, 배터리 업계 간의 경쟁으로 전년 대비 그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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