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자국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지을 원전 2기다. 사업비는 4000억코루나(약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는 향후 테멜린 지역에도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인데, 한수원에 단독 협상권을 줬다고 한다. 4기 모두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총사업비는 48조원으로 불어난다.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원전 수출을 눈앞에 뒀다. 시장에서는 체코 정부의 이번 발표 전부터 “한국이 경쟁 상대인 프랑스보다 우위에 있다”는 말이 돌았다. 한수원이 이끄는 ‘팀코리아’ 소속 기업들 주가가 최근 주식시장에서 치솟은 이유다. 팀코리아 주가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수 있을까. 각 기업에 대한 전문가 분석을 살펴보자.
원전 설계는 한전기술이 맡는다. 대신증권은 2025~2027년 순차적으로 체코 4기, 폴란드 2기, 국내 신규 원전 3기 등 총 9기의 원전 설계 수주가 전망된다고 했다. 작년에 수주한 신한울 3·4호기까지 더하면 2027년 기준 11기의 원전 설계 매출이 기대된다. 대신증권은 한전기술의 2027년 매출액을 2023년보다 31% 많은 7121억원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률은 15%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 9만7000원을 제시하며 “원전 설계 사업은 유사한 원전 설계를 반복해 영업 레버리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시운전과 정비는 한전KPS 몫이다. 이 회사는 탈석탄 정책의 여파로 화력 정비 매출이 줄어 국내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시장 지배력이 강하고, 배당수익률도 5.8%로 나름 매력적이다. 또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도 10배로, 과거 평균 PER 대비 40% 할인된 상태다. 허민호 연구원은 “UAE 원전 사례로 볼 때 한국 원전이 해외 수주에 성공하면 65~67년간 정비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목표주가는 4만8000원이다.
대우건설은 시공 역할로 팀코리아에 합류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2분기 대우건설 영업이익을 1275억원으로 전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1% 줄어든 수치다. 93%대를 기록한 주택·건축 원가율과 리비아 패스트트랙 현장 착공 지연에 따른 플랜트 실적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이 회사에 호재다. 3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투르크메니스탄 비료 플랜트 공사 수주도 기대된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UAE 바라카 원전 4기 시공 당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도급액이 각각 4조1000억원, 3조3000억원이었다”며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은 7조원 이상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장 연구원은 대우건설 목표주가를 5200원으로 제시했다.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와 관련해서는 체코 원전 수주가 지배구조 이슈 극복에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두산그룹은 이달 11일 사업 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였던 두산밥캣을 상장 폐지한 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이다. 두산에너빌리티로선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두산밥캣을 잃게 된 셈이다.
다올투자증권은 두산밥캣 실적을 뺀 존속법인의 연간 실적을 매출액 7144억원, 영업이익 1592억원으로 예상했다. 분할 전 대비 각각 59%, 88% 급감한 수치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만 글로벌 원전 발주 확대에 따른 대형 원전 주기기 신규 수주, 액화천연가스(LNG) 가스터빈 매출 인식 본격화 등 투자 포인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체코 원전 수출은 슬로바키아·폴란드·스웨덴·튀르키예 등의 신규 원전 수주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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