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 상장 24개…합병 실패 사례도 급증
“알짜기업 직상장 선호…악순환 가능성↑”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에도 시장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하면서 존속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스팩들이 향후 처치가 곤란한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신규 상장한 스팩은 총 24개로 전년 동기(17개)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최근 일반 상장 종목에 대한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현미경 심사가 이어지고 있어 우회 상장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대비해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증권사들이 신규 스팩을 상장시키며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합병에 실패하는 등 존속 기한을 맞추지 못하고 청산하는 스팩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동안 합병기업을 찾지 못하면 상장폐지를 위한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이에 합병 절차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상장 후 2년 6개월 안에 합병 기업을 찾아야 한다.
지난 5월 바이오기업 노브메타파마는 SK증권제8호스팩과 합병을 취소하기로 했다. 거래소의 합병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진스팩7호와 대신밸런스제16호스팩 등도 각각 케이엑스인텍합병과 루디텍과의 상장예비심사를 중단하면 상장폐지가 불가피해졌다.
현재 해가 갈수록 상장 폐지된 스팩들이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기준 올해 상장폐지가 완료 및 진행 중인 스팩은 16개다. 지난 2021년 한 해 12개에 불과했던 스팩 상장폐지 건수는 작년에는 22개로 증가한 바 있다.
실제 지난 15일 하이제7호스팩은 존속 기한 내 상장예비심사 청구서 미제출로 상장 폐지에 들어간다고 공시했다. 해당 지난 2021년 12월 상장 이후 합병 결정을 단 한 번도 공시하지 않았다. 엔에이치스팩20호·엔에이치스팩19호·삼성머스트스팩5호·신한제8호스팩 등도 합병에 실패하면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현재 블랙야크I&C와 합병 심사를 진행 중인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비전스팩1호를 두고도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해당 스팩이 지난 2022년 4월에 상장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이 유일한 기회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스팩 시장에서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합병이 이뤄지지 않으면 증권사와 벤처캐피탈(VC) 등 발기인은 납입 금액 가운데 일부를 손실을 보는 것은 물론 합병 무산에 따른 평판 악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또 투자자들이 스팩에 투자하는 이유는 향후 합병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에 스팩들이 계속 상장하더라도 결국 합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투자자의 관심이 점점 멀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시장의 투자 열기가 지속되면서 일명 알짜기업들은 직접 상장을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금융당국 심사도 엄격해지고 있어 증권사들이 합병 기업을 찾는데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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