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손보기로 했다. 매년 노동계와 경영계의 극한 대립으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파행을 빚고 공익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최저임금이 최종 결정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 최종 고시일인 다음 달 5일 이후 전문가와 현장이 참여하는 제도개선 논의체를 구성할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가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개별 기업의 노사가 임금 협상을 하듯 진행돼 소모적 갈등과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며 “최저임금 제도와 운영방식 개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범위를 논의해 결정한다.
문제는 매년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공익위원의 결정에 따라 최저임금이 정해진다는 점이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후 노사간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사례는 37여년 동안 7번에 불과하다.
공익위원은 정부가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현장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 입맛에 맞게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비판이 지속돼왔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내년되 최저임금 결정 직후 “현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은 합리적·생산적 논의가 진전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개편에 대한 심층 논의와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도 개선 논의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정부는 앞서 2019년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설정을 설정하면 해당 구간 안에서 결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개편안은 당시 여야의 대치국면이 극심했던 지난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5년 만에 재개되는 개선안 마련은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제도 개선의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지만 개선안에 담길 내용에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경영계는 임금을 지불하는 주체인 사용자의 경영 상황, 이에 따른 구분적용 방안 등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향후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위해서라도 사용자의 지불능력, 생산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업종별 차등 적용 등 현실을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 근로자 보호에 있는 만큼 사용자의 경영 상황이나 고용 영향 등을 개선안에 담아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2019년 개선 추진 당시에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고용 영향·경제 상황’을 추가하는 내용에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최종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식 장관은 “저임금근로자와 영세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심도있게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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