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도 스마트폰‧가전 시장 고성장 주목…글로벌 점유율 확대 기반
현대차그룹, 인도 시장 고성장 바탕으로 세계 3위 등극…’포스트 차이나’ 역할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가겠다.”
“치열한 승부근성과 절박함으로 역사를 만들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잇달아 인도를 방문하며 현지 사업 확장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과거 고성장의 기반이 됐던 중국이 ‘세계의 시장’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전환되면서 인도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각각 가전‧스마트폰 및 자동차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인도 시장 공략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3일 인도를 찾아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 회장의 막내아들 아난트 암바니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단순히 지인의 경사를 축하하기 위한 일정이 아니다. 인도 통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고객이자 사업 파트너와의 친분을 다지기 위한, 큰 틀에서 보면 ‘영업 활동’이다.
암바니 회장은 인도 최대 갑부이자 세계 부호 9위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그의 순자산 규모는 2015년 210억 달러에서 올해 1160억 달러로 5배 이상 늘었다.
암바니 회장이 이끄는 릴라이언스 그룹은 인도 최대 기업집단으로 석유화학, 오일 및 가스, 통신, 소매업, 금융 서비스 사업에서 자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계열사 릴라이언스 지오는 인도 최대 이동통신사다. 현재 전국 LTE 네트워크에 100% 삼성 통신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릴라이언스는 반드시 챙겨야 할 파트너다. 세계 최대인 14억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무선통신 가입자 수가 11억명에 달하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이동통신 시장이다. 20·30대 젊은 고객이 많은데다, 경제의 고속 성장에 따라 중산층이 늘고 있어 스마트폰 시장 규모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5년 인도에 첫 진출한 이래 적극적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해 왔다. 30여년간 성장을 지속해 지금은 인도 내 최대 전자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지에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첸나이 가전 공장, 노이다·벵갈루루·델리 연구소, 삼성 디자인 델리, 그루그람 판매법인, 20만곳의 리테일스토어, 3000곳의 AS센터 등을 운영하는 등 사업 규모도 크다.
특히 2007년부터 모바일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노이다 공장은 2018년 신공장을 추가로 준공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
삼성전자는 인도의 TV 판매 시장에서 2017년부터 지금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18%의 점유율로 2017년 이후 6년 만에 1위를 탈환했다. 삼성 외에 인도 스마트폰 시장 5위권에 포함된 브랜드는 비보, 샤오미, 리얼미, 오포 등 모두 중국 브랜드다.
세계 3위 자동차 업체로 부상한 현대자동차그룹에게도 인도는 중요한 시장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이끌던 시절 현대차그룹의 고성장의 바탕이 됐던 중국 시장에서 부진이 심해지는 가운데 인도가 정의선 회장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4월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시에 위치한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현대차·기아의 업무보고를 받고 양사 인도권역 임직원들과 중장기 전략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시장 규모는 500만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견고한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중 승용차 시장은 410만대 규모로, 오는 2030년에는 5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전동화 정책도 펼치고 있다. 올해부터는 ‘최소 5억달러를 인도에 투자하고 3년 안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게 최대 100%인 수입 전기차 관세를 15%로 대폭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에게도 인도는 중요한 시장이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시장에 진출한 이후 28년간 견고한 성장을 이어왔다.
현대차는 인도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단기간인 판매 5년(2004년)만에 50만대를 돌파하며 인도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고, 2007년 100만대, 2017년 500만대를 거쳐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 824만대를 기록했다.
기아도 2019년 첫 판매 이후 SUV 경쟁력을 필두로 단기간에 연간 2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메이커로 성장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지난해 실적인 85만7111대보다 3.9% 증가한 89만2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6년 인도 진출 30주년을 맞는 현대차는 ‘모빌리티 혁신기업, 그리고 그 너머(Innovator in Mobility and Beyond)’를 목표로 2030년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단기간에 인도 주요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한 기아도 ‘기아 2.0’ 전략을 통해 양적,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150만대 생산 체제 구축, 전기차 라인업 확대 및 전동화 생태계 조성, SUV 리더십 강화, 인도 문화를 고려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정 회장은 당시 인도권역본부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권역 중 하나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세계 경제 침체와 공급망 대란 등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꾸준히 좋은 성과를 창출했다”며 “경제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인도에서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 2위를 달성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인도권역의 중요성을 고려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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