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개인사업자 대출 늘며 부실 위험
소상공인 종합 대책·76조 금융지원 등 시행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상처로 남아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과도한 기업부채로부터 촉발된 사태였다. 그런데 현재 국내총생산과 비교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 비율은 IMF 사태 당시를 웃돌며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해서 번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좀비 상태다. 그 사이 빚에 더욱 관대해진 사회가 됐지만, 그래도 이제는 제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기업부채 3000조 시대 이면의 불안과 대응 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기업부채를 둘러싼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정부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의 기업부채는 부실 우려가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나 개인사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증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 PF 직격탄 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상대로 계속돼 온 금융지원 청구서까지 예고돼 있다.
기업부채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연착륙을 도모하는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을 위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소상공인의 정책자금 조건을 낮추고,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규모와 대상을 확대한 것이 골자다.
우선 정부는 ‘금융지원 3종 세트’를 통해 내달부터 업력과 대출 잔액 기준을 없애 소상공인의 정책자금 상환 연장대상을 확대하고, 기간도 최대 5년까지 늘린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부 대출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이 상환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5조원 규모의 전환 보증도 신설한다. 은행·비은행권의 고금리 대출(7% 이상)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저금리 대출(4.5% 고정금리, 10년 분할상환)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의 조건도 대폭 완화한다.
전기료·배달비·임대료 등 주요 고정비 부담 완화도 지원하며, 영세 소상공인 전기료 지원 대상을 연매출 3000만원 이하에서 연매출 6000만원 이하로 높였다. 이에 따라 최대 50만명이 추가 지원을 받게 됐다. 플랫폼 입점 부담 완화와 배달비 신규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
소상공인이 채무 조정을 받을 수 있는 새출발기금은 현재 30조원에서 40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채무조정 대상도 2020년 4월에서 2024년 6월까지로 확대한다. 신청기한은 내년 10월에서 2026년 12월까지로 연장한다.
소상공인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채무조정을 받은 폐업자에 대해서 교육프로그램, 원금 감면율 우대, 신용회복 연계를 지원한다. 폐업자가 국민취업제도 내 취업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원금 감면율을 높여주거나, 재창업에 성공하면 공공 정부 등록을 해제해준다. 폐업 점포 철거비 지원금도 내년부터 최대 25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소상공인이 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최대 2억원, 소기업으로 성장하면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한다.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가 기업가형 소상공인에 선투자할 경우 2억원 한도 내에서 최대 3배까지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선보였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소상공인 법인 사업체 비중을 현재 9.8%에서 20%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융당국과 당정은 올해 초 중소중견기업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중은행과 함께 76조원 규모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각각 첨단산업 영위 대기업 등에 20조원, 중견기업에 15조원, 중소기업에 41조원을 공급한다.
76조원 중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총 20조원 규모로 기업금융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현재 5%가 넘는 대출에 대해 1년간 최대 2%p까지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5대 은행은 5조원 규모의 중견기업 전용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2조5000억원을 출자하는 협약도 맺었다.
5대 은행과 산업은행에서는 6조원 규모로 중견기업 전용 저금리 대출프로그램을 마련, 신성장 분야로 신규진출·확대 투자를 원하는 중견기업에 업체당 최대 1500억원까지 1%p 금리를 우대해 대출을 지원한다.
5대 은행은 매출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기업은행과 함께 5조원의 금리인하 특별프로그램을 통해 대출금리 5% 초과 대출에 대해 1년간 금리를 최대 2%p 한도 내에서 5%까지 감면한다. 또 중견기업이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1조8000억원 규모의 신규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고, 은행권과 보증기관이 협력해 2조3000억원 규모의 성장사다리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및 고금리 여파가 누적되며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며 “금융당국과 정부에서도 금융사 여신 건전성 관리 강화 등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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