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4대 금융그룹 가운데선 하나금융이 육아휴직 후 복귀해 일하는 데 크게 무리 없는 여건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복귀 후 12개월 이상 근속률’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금융그룹으로, 남녀 모두 100%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 복귀 이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별다른 부담이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결과는 하나금융의 적극적인 육아 지원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그룹 주요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저출생 문제 극복 및 출산 장려를 위한 각종 제도 개선 논의를 위해 노사 공동으로 ‘출산 장려 TF’를 운영하고 있다. 육아기 단축근로 제도를 비롯, 제한 없는 난임 의료비 지원 등의 장려책을 제공한다.
하나금융은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365일 꺼지지 않는 돌봄 어린이집’ 사업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18년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자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올해 안에 ‘100호 어린이집’이 완공될 예정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난임 휴가와 휴직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가임력 전문 검진 및 난임 치료를 지원하며 저출생 문제 해결과 초고령화 시대 극복을 위한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며 “향후에도 출산 장려를 위해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의 경우, 육아휴직 복귀 후 12개월 이상 근속률은 ▲남성 73.5% ▲여성 81.9% 등으로 집계됐다. 남성 직원은 10명 중 7명, 여성은 10명 중 8명이 복직 후 1년 이상 근무하는 셈이다.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타행 대비 높은 출생장려금(최대 2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출생장려금(최대 2000만원) ▲난임 의료비 지원(최대 1000만원) ▲배우자 출산 휴가(최대 20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4가지 지원책을 운영하며 출생 지원에 힘쓰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전년도 육아휴직 후 1년 이상 근속률은 ▲남성 90.6% ▲여성 90.3% 등으로 확인됐다. 주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는 서울과 경기권 대여주택 임차 한도를 본인 부담금 없이 최대 4억원까지 높여준다.
우리금융그룹은 육아휴직 후 근속률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우리은행은 ‘재채용 조건부 육아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출산 후 2년의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한 직원이 퇴직할 경우, 해당 직원에게 3년 후 재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저출생 위기 극복을 강조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은행권이 선도적으로 저출생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육아휴직 후 근속률은 ESG 중 사회(S) 성과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권은 매년 큰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출생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인 만큼, 은행이 선도적으로 지원 강화에 나서면 다른 기업도 그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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