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을 밟은 탈북 외교관 중에선 현재까지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최고위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 전 의원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2인자’에 해당하는 공사로 근무했으며, 2016년 8월 탈북을 감행했다. 그 뒤를 이어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도 임지에서 잠적한 뒤 2019년 7월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역시 가족과 함께 탈북해 같은 해 9월 이곳으로 향했다. 늘어나는 고위 외교관들의 탈북 사례는 현 김정은 체제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에는 북한 당국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 중학생 약 30명을 공개 처형했다는 국내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처형 당한 학생들은 대북 전단 속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주워 드라마를 시청하다 적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달에도 17세 안팎의 고교생 30여 명에게 무기징역과 사형을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부 주민은 탈북민 단체가 보낸 페트병에 담겨 있던 쌀로 밥을 지어 먹어 노동교화형을 받았다고 한다.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지난달 발간한 ‘2024 북한인권 보고서’에는 남한 영화 유포자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근거로 공개 처형됐다는 탈북민의 증언이 처음으로 수록됐다. 2022년 황해도의 한 광산에서 22세 농장원의 공개처형을 목격했다는 A씨는 “처형장에서 재판관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농장원이) ‘괴뢰 놈들(남한)의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됐다’고 읊어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부는 다수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이 주민들의 외부 정보 접근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단속에 나섰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전날 발표한 ‘북한 강제노동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구금시설 내 노동 △강제 직장 배정 △군 징집 △돌격대 △작업 동원 △해외 노동자 등 강제 노동 실태와 이로 인한 인권 침해 상황이 다시 한번 조명됐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의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강제 노동이 한층 더 고착화됐다고 평가하고, 이러한 강제 노동을 철폐할 것을 북한에 재차 촉구했다.
17일 취임한 김수경 신임 통일부 차관 역시 우선 과제로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과 북한 인권 개선’을 꼽았다. 김 차관은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자유, 인권, 법치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만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유일한 길”이라며 “최근 날로 더해지는 북한의 도발과 상식 이하의 행태를 접하면서 이러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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