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일원으로 금메달을 함께 했던 김정환(41)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뉴어펜저스’ 후배들을 향해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펜싱 남자 사브르는 2012년 런던, 2020 도쿄 대회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수확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선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기에, 한국은 2연패를 달성한 셈이다.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과 오상욱, 박상원(이상 대전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가 함께하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선 3연패에 도전한다.
김정환은 “지금 사브르 대표팀은 신구조화가 잘 이뤄졌다”면서 “구본길과 오상욱은 올림픽을 경험한 선배로 잘 리드하고 박상원과 도경동 등 후배들이 겁 없는 패기로 밀고 나간다면 3연패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환은 앞선 2연패 금메달을 일군 멤버였다. 특히 도쿄 올림픽에선 만 38세의 적지 않은 나이로 후배들을 다독이며 금메달을 합작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금도 때마다 선수들과 연락하고 경기에 대해 조언하기도 한다”면서 “맏형이 된 구본길의 임무가 크다. 본인의 경기를 신경 쓰면서 팀도 관리해야 하기에 혼란스럽기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서로 돕고 똘똘 뭉치면 최고의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다. 중압감을 내려놓고 매 경기에만 집중해야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김정환이 여러 차례 강조한 부분은 바로 ‘멘탈 케어’였다. 올림픽은 일반 국제대회와는 또 다른 무게가 있기에, 긴장감과 부담감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중요한 ‘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경험이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많은 걸 느꼈다는 김정환은 “런던 대회 개인전에 나갔을 때 몸에 시멘트가 발린 것처럼 굳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조기 탈락하고 난 뒤 후회 없이 은퇴하자는 생각으로 단체전에 임했다”면서 “마음을 비우고 경기를 즐기면서 진정한 내 펜싱이 나왔다”고 했다.
물론 마음을 비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대해 김정환은 “이것 한 가지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올림픽은 내가 그동안 노력한 것을 뽐내는 자리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기 위한 자리가 결코 아니다” “내 장기 자랑의 무대, 나만의 콘서트라는 생각으로 임하면 120%를 발휘할 수 있다. 생각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술, 체력적인 연습이 아닌 ‘멘탈 관리 연습’이다.
김정환은 “대회 전 연습하기 전에 스스로 ‘올림픽 리허설’이라고 최면을 걸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겐 예민하게 보일 때도 많았는데 그게 확실히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습할 때, 실제 경기장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실전에서 긴장감을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대회에 나가서 상대 선수가 떠는 모습이 보인다면 준비가 잘 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비록 2연패의 주역이었던 자신이 빠졌지만, 김정환은 사브르 대표팀 후배들이 3연패를 완성해 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그는 “올림픽을 처음 접하는 선수들이 중압감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열쇠지만, 새로운 친구들도 워낙 씩씩하다”면서 “그동안 국제경기도 많이 경험했고, 여전히 단체전 랭킹이 1위다. 금메달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올림픽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현시점에선 훈련 이외의 것들을 세밀하게 준비할 단계라고도 조언했다.
김정환은 “멘탈 케어가 가장 중요하고, 팀 차원에서도 여러 작전이 필요하다”면서 “경기를 치르다 보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순간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순간까지도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할 시점”이라고 했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그 자체로도 감회가 남다르다고도 했다.
김정환은 “내가 처음 태극마크를 달 때만 해도 한국 남자 사브르가 이렇게 강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3연패를 노린다”면서 “우리 선수들 모두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선배들이 이끌고 후배들이 계승을 해줘야, ‘어펜저스’ 멤버가 떠난 이후에도 ‘펜싱 강국’의 타이틀을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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