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의 파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누리꾼을 중심으로 단순한 낙태가 아닌 ‘살인’ 행위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12일 해당 유튜버 등에 대해 살인이 의심된다며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역시 “일반적인 낙태 사건과 다르게 무게 있게 수사하겠다”고 약속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낙태죄가 사라진 상황에서 ‘임신 36주 차 낙태’를 살인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법조계에서는 ‘태아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현행 판례상 살인죄 처벌이 불가하다는 입장이 대다수다. 형법상 살인죄는 ‘사람 살해’로 한정하고 있어서다. 다만 임신 36주 차 태아는 사실상 사람과 다를 바 없으며 뱃속에서 태아를 꺼내 사망케 했다면 살인으로 볼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찰 수사를 통해 낙태 방법과 출산 시점 등이 밝혀진다면 살인죄 적용 여부가 보다 명확해 질 전망이다.
◇”뱃속 태아 사람 아냐”…형법상 살인죄 적용 불가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법상 낙태죄를 처벌할 근거는 없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모든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2020년 12월31일까지 특수한 사정을 고려한 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보완 입법은 마련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배 속 태아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낙태할 경우 살인죄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현행법상 살인죄를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살인죄는 사람에만 적용할 수 있으며 태아는 사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도 “민법상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을 때도 사람이 태어남을 전제한다”며 “대법원에서 ‘홀로 독립해서 생활할 수 있는 개체는 인간으로 봐야 한다’는 예외적으로 추가 법률상 해석이 나오지 않는 이상은 살인죄 적용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낙태 시점’ 살인죄 적용 관건…경찰 수사 방점
하지만 36주 차 태아가 배에서 나와서 사망한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살인죄가 적용된다는 데 이견이 없다.
1982년 대법원은 “태아가 태반으로부터 이탈되기 시작한 때, 다시 말해 분만이 개시된 때”를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문혜정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낙태 시점에 따라 적용 유무가 달라질 것 같다”며 “제왕절개나 자연분만을 통해 밖으로 나온 상태에서 취해진 조치였다면 살인죄가 가능할 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 속에서 36주 차 태아의 사망을 유도한 다음 사산한 경우에도 살인죄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의 변호사는 “칠삭둥이, 팔삭둥이도 태어나면 사는데 임신 9개월의 태아는 사실상 배 속에만 있을 뿐이지 사람과 다를 바 없다”며 “배 속에서 인위적으로 죽이고 꺼낸 것이라면 살인죄 적용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신 36주 차면 일반적인 낙태 방법을 이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경위로 태아가 사망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기존의 일반적인 낙태 사건과 달리 깊이 있게 접근하고 있다. 향후 관련자들 조사에서 낙태 시점과 방법 등을 밝혀내는 것이 살인죄를 적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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