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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이혼 아픔’ 중학 동창 살림차렸는데…동거녀 아들은 왜 죽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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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2021년 7월 18일 오후 10시 50분쯤 제주시 조천읍에 거주하는 여성 A 씨는 식당 일을 마치고 귀가했다가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2층 다락방에는 처참한 상태로 숨져 있는 중학생 아들이 있었다.

경찰은 피해자의 몸에서 타살 흔적을 확인하고 40대 용의자 2명을 특정했다. 범인은 백광석(당시 48세)과 공범 김시남(당시 46세)이었다.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목 졸림으로 추정됐다. 최초 발견 당시 피해자 B 군의 손과 발은 테이프로 묶여 있었고 목에는 3.5㎝ 정도 되는 허리띠에 졸린 삭흔이 남아 있었다. B 군 머리에는 최소 10회 이상의 강한 충격으로 인한 손상들이 포착됐다. 두피 안쪽 출혈량도 상당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얼굴과 머리 쪽에 여러 차례 폭행이 이루어진 후 B 군이 의식을 잃자 손과 발의 결박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봤다. 이후 손과 허리띠를 이용해 목 졸림을 당한 후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백광석과 김시남은 B 군의 코와 입까지 테이프로 막아두는 잔혹함을 보였다.

◇A 씨, 주거침입→폭행 신고 후 신변 보호 요청…비극 못 막아

백광석은 A 씨와 사실혼 관계로 불과 두 달 전까지 한 집에서 생활했다. B 군은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 A 씨에게 삶의 전부였던 B 군을 잔혹하게 죽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중학교 동창이었던 A 씨와 백광석이 다시 만난 건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에게는 이혼의 아픔과 아들을 혼자 키운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A 씨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호의적인 백광석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비극이 발생하기 3년 전에는 단란한 가정을 꿈꾸며 살림을 합쳤지만 행복은 길지 않았다. 아내를 향한 집착이 심한 백광석은 폭력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다툼과 화해를 반복했고 갈등은 매번 폭행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백광석은 자신에게 반감을 표현하는 B 군에게도 주먹을 휘둘렀다.

백광석은 A 씨에게 “네 멋대로 하고 있어 봐. 내가 너 어떻게까지 하는지. 그러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사랑하는 OO이 죽이고 죽을 거니까 난”이라며 입버릇처럼 협박을 내뱉었다.

크게 다툰 후 집을 나간 백광석은 사건 2주 전인 7월 2일 새벽 집에 몰래 침입해 자고 있던 A 씨를 폭행하고 목을 졸랐다. 이후 휴대전화와 지갑을 훔쳐 도주했다.

다음 날 A 씨는 경찰에 폭력 혐의로 신고하고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긴급임시조치를 취했고 백광석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 신변 보호 프로그램이 가동됐다. A 씨 모자에게 스마트워치가 지급됐어야 했지만 담당자의 실수로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후 집 뒤편과 앞쪽에 CCTV가 설치됐다. 하지만 경찰 상황실의 실시간 모니터링 기능 없이 녹화만 될 뿐이었다.

백광석의 범행이 있기 전 신변 보호 요청을 받은 경찰은 A 씨에게 임시숙소로 옮길 것을 권유했지만 A 씨는 아들의 학교 문제로 거주지를 옮기지 못했다.

백광석은 경찰의 접근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범행 당일까지 경찰 순찰을 피해 자유롭게 집 주변을 활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 CCTV서 여러 번 포착된 백광석…사건 전날에도 찾아와 ‘두리번’

집 뒤편을 비추는 CCTV에는 사건 당일 범인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7월 18일 오후 3시 16분 두 사람은 주변의 눈을 피해 담벼락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간 뒤 다락방 창문을 통해 A 씨 집에 침입했다.

사건이 있기 이틀 전인 16일 오후 6시 반쯤 A 씨와 B 군이 함께 외출하고 약 2시간 후 CCTV에는 백광석이 포착됐다. 한참을 집 앞을 서성이던 그는 골목 쪽으로 향해 있는 안방 창문을 확인했다.

백광석은 집 앞에 설치된 CCTV를 한참 바라보다 사라졌다. 잠시 후 또다시 아무도 없는 집 주변을 배회하다 사라졌다.

그로부터 약 1시간이 지나고 모자가 외출을 마치고 귀가했고, 얼마 뒤 백광석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더니 CCTV를 이리저리 몰래 살폈다.

백광석은 17일 밤에도 집을 찾아왔고, 다음 날 A 씨가 출근한 틈을 타 공범과 함께 집으로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테이프 구입 후 7시간이나 주변 배회…체포 후 백광석 ‘계획범죄’ 부인

도주 하루 만에 체포된 백광석은 계획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이른 아침부터 범행을 준비했다고 봤다.

조사 결과 17일 오전 7시 40분쯤 공범 김시남은 철물점에서 테이프 두 개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은 테이프를 구입한 후 7시간이나 A 씨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2층 다락방 창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오후 3시 16분쯤 다락방 창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재빨리 집 뒤편 담벼락을 타고 다락방 창문을 통해 집 내부로 침입해 B 군을 살해했다.

김시남은 침입 30분 만에 먼저 범행 현장을 빠져나왔다. 백광석은 약 3시간 정도를 범행 현장에 머물다 빠져나왔다. 3시간 동안 백광석은 집 안에 있던 B 군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고 집 안 곳곳에 식용유를 뿌렸다.

백광석은 범행 후 자신도 죽으려고 했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전문가들의 해석은 달랐다. 극단 선택의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현장에 머물렀던 건 A 씨를 기다리다가 돌아오지 않자 집을 빠져나갔을 것이라 추측했다.

◇백광석, 전 여친이 이별 통보하자 집에 협박 후 방화…총 2년 6개월 징역

백광석은 이전에도 전 여자 친구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던 전력이 있었다. 2003년 당시 30세였던 백광석은 자신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별을 요구한 여성에게 보복하기 위해 그의 집에 방화를 저질렀다.

그로부터 7년 뒤 다시 찾아가 미리 가져간 흉기로 “너를 살해하고 나도 죽겠다”라고 협박했다. 이 혐의로 백광석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집행유예 중인 상태에서 또 다른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집행유예가 취소되고 총 2년 6개월의 징역을 살았다.

◇대법원 “재범 위험성 높아”…백광석 징역 30년·김시남 징역 27년 확정

원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2021년 12월 9일 백광석에게 징역 30년, 김시남에게 징역 27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증거를 종합하면 김시남이 직접적인 살인의 결과를 야기했으나 백광석의 적극적인 설득과 회유가 아니었다면 범행에 나갈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두 피고인 모두 과거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범죄 전력이 있는 점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높다”라고 판시했다.

백광석과 김시남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상고해 대법원까지 갔지만 2022년 7월 28일 기각돼 각각 징역 30년, 징역 27년의 형이 확정됐다.

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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