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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 얼마나 바뀌었을까…“아동복지법 개정 등 갈길 남아” [서이초 1년]

이투데이 조회수  

교육현장 변화 계기 된 ‘서이초 사건’…“대책 실효성 위해 인력·재정도 필요”

고(故)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제가 열린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고인의 지인들이 교실을 둘러보며 슬퍼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지난해 서울 서이초에서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1년간 교육 현장은 적잖게 변화했다.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한 감수성은 더 높아졌고,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다만 ‘무고성 아동학대’에 대한 방어 수단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를 앞두고 교육계 변화와 남은 난제를 짚어본다.

속속 드러난 교권 침해 실태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에서 교사가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전국에서 교사들의 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교권 침해 실태가 드러났다. 서이초 사건이 교권 침해 실태를 적나라하게 밝힌 ‘도화선’이 된 셈이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양천구 신목초에 근무하던 14년 차 초등교사 A 씨가 학생 생활 지도로 어려움을 겪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9월에는 대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 B 씨가 사망했다. B 씨는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는 등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려온 것이 드러나 인사혁신처로부터 순직이 인정되기도 했다.

교권 침해 사건의 양태도 다양했다.

같은 해 8월 교육부 소속 5급 사무관이 2022년 초등학생 자녀의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 담임 교체를 요구하고 이후 교체된 담임에게도 ‘우리 아이는 왕의 DNA가 있으니 왕자에게 말하듯 말하라’ 등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낸 사건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해당 사무관은 직위 해제된 뒤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전북 전주시에서 한 초등학생이 무단 조퇴를 막는 교감 선생님의 뺨을 때린 사건이 발생해 교육계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교권 5법’ 제정 등 교육계 변화 이어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빌딩에서 열린 ‘교육부-교사노동조합연맹, 교사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 앞서 서이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신규교사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후 교사들은 토요일마다 집회를 열며 사망한 교사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교권보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숨진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지난해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연가·병가 등을 사용하는 등 단체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교육계의 요구에 국회와 교육 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교육부는 지난해 8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고, 다음 달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도 제정해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학생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안을 마련했다.

같은 달 국회에서는 교권보호 5법(△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는 등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교육 현장에서의 일련의 변화는 최근 교원단체가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에 맞춰 유·초·중·고 교원 426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서이초 교사의 죽음이 남긴 가장 큰 의미에 대해 48.1%는 ‘심각한 교실붕괴, 교권 추락의 현실을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

이어 ‘학생·학부모 등에 교원 존중 문화의 필요성을 인식시켰다’는 답은 16.2%, ‘교권 5법 개정 등 교권보호 제도 개선에 기여했다’는 응답은 11.6%로 나타났다.

개선이 필요한 조치로는 ‘아동복지법 개정(45.2%)’이 꼽혔다. 모호한 아동 정서 학대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서이초 사망교사 49재 추모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2023년은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상당히 체계적이고 종합적이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가 형성되기 시작한 때”라면서 “서이초 사건이 교권 회복이나 보호에 관련된 정책이 생기게 하고, 지속적인 개선과 체제 완비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교수는 “여전히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부분에 있어서는 교사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어려움이 많이 있다”며 “정서적 학대를 유형화시키거나 엄격하게 정의를 해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나 생활지도 과정에서 고의가 아닌 경우에는 면책을 해줄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들이 아동학대로 신고 및 고소를 당하면 바로 교사는 뒤로 빠지고 교육청에서 전문 인력을 파견해 모든 과정을 대행하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한 인력과 절차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도교육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교권 확립을 위한 조치에는 관련 예산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박남기 교수는 “교권을 상습적으로 침해하는 학생에 대해 교사가 격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있는데, 격리에 필요한 인력도 부족하고 시설 및 공간 마련을 위한 예산도 부족하다”며 “교육감들에게 상당 부분 예산 활용권이 있는 만큼 교육감들이 이러한 문제 해결에 더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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