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바이스 AI 시장에서 국내 기업 경쟁력 충분”
“정부 육성ㆍ지원 정책 부족…일본처럼 직접 나서야”
“미중갈등 속 ‘정경분리’ 전략으로 유연하게 사고해야”
엔비디아가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에는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 AI 스타트업에게도 충분히 희망이 있다.
유회준 반도체공학회장은 16일 부산 윈덤그랜드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단 합동 인터뷰에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전망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올해 제7대 반도체공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AI 반도체 분야에서 학계 석학으로 손꼽힌다.
유 회장은 현재 미국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는 AI 시장 트렌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온디바이스 AI로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엔비디아가 게임용 아키텍처를 버리고, 지금처럼 AI 아키텍처로 내세우고 있는 게 극히 최근이다. 엔비디아는 전력 소모가 큰 데이터 센터용에 적합하다”며 “엔비디아는 지금이 피크이며, 온디바이스 AI가 크게 떠오르는 시점에서는 꽤 당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인텔도 지금처럼 이렇게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엔비디아의 장악력이 쉽게 빠질 거 같지는 않지만, 언젠가 엔비디아도 그럴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온디바이스 AI는 데이터 센터 등 외부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AI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로, 전력 소모를 낮추는 게 핵심이다. 앞으로 AI 기기가 소형화하고, 개인화하면서 이러한 엣지단에서의 기술이 강화되고, 중요해질 것이라는 게 유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국내 스타트업들에게 기회의 장으로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회장은 “국내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은 올해 2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논문이 채택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가문의 영광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성과로 꼽힌다”며 “그만큼 우리 스타트업들의 제품 성능 좋고, 능력이 세계적으로 판명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여전히 정부의 육성 및 지원 정책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유 회장은 “일본의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서 미국 등 국가 간 계약을 따오는 톱다운 방식이 치밀하게 잘 구축돼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 크게 없어 각자도생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정부가 직접 외국에 나가 국가 차원에서 큰 비즈니스 생태계를 그리고, 네트워킹을 탄탄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반도체 인력난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만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의 경우 정확히 몇 년까지 어느 분야 반도체 인력이 모자란 지 등 구체적으로 파악해 정책을 준비한다”며 “우리나라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갑자기 마이스터고를 만드는 등 매우 급하게 움직인다. 대만처럼 치밀하게 준비하고, 인력도 초급, 중급, 고급 등 세부화해 학습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미국을 따르되, 경제적으로는 중국과도 협력하는 이른바 ‘정경분리’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회장은 “사실 인텔, AMD, 퀄컴 등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도 중국은 가장 큰 시장이다. 퀄컴의 경우 30% 이상을 중국에 팔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중국 시장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제재에 협력하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제재에 동참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야 한다”며 “중국 시장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서 진행하는 등 정부에서 유연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될 솔루션으로 ‘컴퓨트익스플레스링크(CXL)’을 꼽았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및 스토리지 등 다양한 장치를 효율적으로 연결해주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기존에는 각각의 칩에 별도 인터페이스가 존재해 연결이 원활하지 않지만 CXL을 통해 연결을 매끄럽게 만들 수 있고, 메모리의 대역폭과 용량도 크게 늘릴 수 있다.
유 회장은 “엔비디아의 NV링크는 한계가 있다. 결국에는 CXL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빠르게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CXL 시장 경쟁은 이미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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