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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임 피하지 않다”는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이승환의 노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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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신조어 No cap(노캡)은 ‘진심이야’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캡은 ‘거짓말’을 뜻하는 은어여서 노캡은 ‘거짓말이 아니다’로도 해석될 수 있겠지요. 칼럼 이름에 걸맞게 진심을 다해 쓰겠습니다.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경찰청 차장의 주요 업무는 서열 1위 경찰청장을 보좌하고 청장 부재 시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다. 경찰법 제15조에 이렇게 규정돼 있다. 경찰청 차장은 치안총감인 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으로 분류되는 치안정감 7자리 중 요직이다. 그러나 청장 보좌와 대행에 초점을 둔 업무의 특성상 경찰청 내 실질적인 존재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청장 못지않게 영향력을 발휘한 차장이 있기는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로 내정된 조지호 서울경찰청장(경찰대 6기·56)이다. 조 후보자는 올해 1월 서울청장으로 이동하기 전 약 1년간 경찰청 차장으로 일했다. 당시 치밀하고 깐깐하게 직원들의 보고를 검증해 “청장에게 보고할 때보다 더 무섭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조 후보자의 불호령을 지레짐작하고 후배에게 대신 보고해 달라는 푸념도 했다고 한다.

조 후보자는 경찰 대표 기획통에 강한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이 강점이다. 그의 강점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도 지난해 9월 차장 시절이었다. 전국 197개 경찰서의 정보과를 없애고 기동순찰대를 부활시키는 내용의 조직 재편을 주도하면서다. 하지만 윤희근 현 경찰청장과의 이견 또는 의견 대립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 후보자는 윤 청장에게 소신과 의견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청장은 조 후보자의 경찰대 한 기수 후배이지만 엄연한 상사이기도 하다. 아무리 존재감 있고 강단이 있다고 해도, 조 후보자는 차장 시절 ‘위치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만일 내가 청장이 된다면’이라는 가정을 하고 한 번쯤 큰 그림을 그려보지 않았을까. 청장은 경찰청 차장을 포함한 치안정감 7명 중 1명이 승진해 임명된다. 청장 후보자인 치안정감의 큰 그림은 완전히 헛된 상상이 아닌 것이다.

“조 후보자는 현장 상황보다 원칙을 우선시한다는 인상을 준다.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맞는다. 그러나 업무 능력에 관해선 이견이 거의 없다. 일은 확실히 잘한다. 부하들을 위축시키기도 하지만 코드가 맞으면 성장할 수 있다.”

조 후보자와 지근거리에서 근무한 적 있는 한 시도경찰청 간부의 평이다. 이재명·배현진 테러 이후 정치인 경호 문제, 이태원 참사 이후 국가적 재난 대응, 날로 심해지는 교제 살인 예방책 등 신임 경찰청장의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조 후보자가 청장이 된다면 치안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사·기소 분리 등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되, 경찰의 염원으로 꼽히는 사안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궁금하다. 경찰은 수사하고 검찰은 기소만 하는 것이 ‘수사 ·기소 분리’의 핵심이다. 과반의 거대 야권이 지난 총선 당시 제시한 공약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의 첫 경찰 총수인 윤희근 청장은 후보자 신분이던 2022년 8월 인사청문회에서 “수사·기소 분리는 합법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밝혔었다. 조 후보자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요즘 경찰 구성원의 최대 관심사는 인사청문회에서도 ‘조 후보자 의 소신과 강단이 볼 수 있을지’라고 한다.

조 후보자는 “공직 생활을 30년 이상 했는데 나만의 개똥철학 하나쯤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곤 했다. 그의 철학은 대부분 ‘책임’과 관련돼 있다. 이를테면 판단을 미루고 결정을 하지 않으려는 지휘관보다 틀린 판단이라도 신속히 내리고 책임을 지는 지휘관이 낫다는 소신을 밝혔었다.

다음과 같은 지론도 피력한 바 있다.

“고위직이 되면 그 자리를 즐기는 간부와 부담감을 느끼는 간부가 있다. 나는 후자를 지향하고 있다. 지휘관으로서 나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즐기지 않고 부담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경찰 총수의 책임 회피성 행보에 많은 국민이 실망한 만큼 조 후보자의 말이 단순히 ‘철학’으로 남지 않고 ‘실천’되길 바란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청장이 된다고 해도, ‘나는 책임을 피하지 않는다’는 소신이 변질된다면 국민이 가장 먼저 알아보고 등을 돌릴 것이다.

머니s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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