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의 2025년도 과세 시행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수백억원을 들인 과세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될 상황에 처했다. 정치권의 입장에 따라 세제가 오락가락하면서 불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정보화전략계획(ISP) 부터 유지보수까지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국세청은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난 2021년 4억5900만원을 들여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했다. 이어 218억7100만원을 투입해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지난해에는 유지보수 예산 5억7500만원을 집행했다.
당시 금융투자소득세 세목이 신설됨에 따라 원천징수, 과세자료 수집 및 처리, 예정신고 안내, 사후관리, 조사관리 등 과세행정 전반에 걸쳐 업무를 처리할 전산시스템 구축이 필요했다. 특히 홈택스를 통해 거래명세서 등 연간 50억건 이상 자료가 제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인프라 증설이 시급했다.
그러나 정부가 예산을 들여 구축한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시스템은 제대로 가동조차 못하고 무용지물이 될 상황이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정부의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에 따라 금융투자 상품 전체를 포괄하는 새로운 과세체계를 만들겠다는 목적에 따라 2020년 도입 계획이 발표됐다.
이어 같은해 말 소득세법을 개정해 금융투자소득 개념을 도입했다. 당초 계획대로는 2023년부터 과세를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과세 인프라 확충 등에 따라 내년으로 시행 시점이 미뤄졌다. 그러나 시행 6개월을 앞두고 폐지가 거론되는 등 금투세 도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를 주장했으며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도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정부 또한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입 당시와는 자본시장 여건 등이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부와 정치권이 충분한 논의 없이 세목을 새롭게 도입하고 제대로 시행조차 하지 않고 폐지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국세청 관계자는 “순수하게 시스템 개발에 쓰인 예산은 70억원 정도고 나머지는 서버와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구입에 사용했다”며 “하드웨어는 향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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