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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30여 년 전 ‘비자금’이 다시 이목을 끈 이유는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증거로 제시된 ‘메모’가 나오면서다. 비자금 수사 당시에도 파악하지 못한 자금흐름이 해당 메모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노 관장은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에 대해서도 기여한 바를 주장하기 위해 해당 메모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시했고, 이는 판세를 뒤집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SK㈜ 지분은 ‘특유재산’이라고 판단,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수증한 자금으로 지분을 매입해 회사를 키워왔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비자금 유입 등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SK에 크게 작용했다고 판단, 재산분할 대상에 SK㈜ 지분까지 포함해 1조3800억원가량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노 관장의 1조3800억원대 재산분할 근거가 된 ‘비자금’의 진위 여부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자금 흐름에 대한 조사가 다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노 관장은 이혼 항소심에서 어머니 김옥숙 여사가 작성한 메모를 증거로 SK에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들어 갔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검찰 수사 결과 비자금 규모는 4100억원이라고 확정, 2629억원의 추징금이 부과됐다. 노 전 대통령은 2013년 추징금을 완납한 바 있다.
당시 수사에서는 SK로의 자금 유입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번에 노 관장이 이혼 항소심 재판부에 어머니의 메모를 증거로 제출해 자금 흐름이 밝혀진 셈이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노 관장의 어머니 김옥숙 여사는 1999년 당시 선경에 300억원을 줬다는 취지의 메모를 작성했다. 해당 메모에는 선경 외에도 가족 등에게 흘러간 자금 내역이 기재돼 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의 증거를 인정했다. 최종현 선대 회장이 총 300억원의 약속어음을 노 전 대통령에게 교부했고, 이를 김옥숙 여사가 보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견된 메모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재판부는 금전 지급 시점이나 액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이러한 금전적 지원과 노 전 대통령의 물밑 지원이 있었다고 본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판단,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실상 재판부가 ‘비자금’을 인정한 셈이다.
만약 이 비자금이 조성된 사실을 증거 제출 당시에 파악했다고 보면 이는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조사 시에 발견되지 못한 자금 흐름 내역이 뒤늦게 밝혀져 부과 제척 기간을 적용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특히 이 자금이 불법적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의도적으로 세금 포탈을 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그러나 SK 측은 비자금 유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 관장 측에서는 비자금 300억원으로 현 SK그룹의 성장 밑거름이 된 대한텔레콤 지분 매입 등을 추진했다고 주장하지만, 최종현 선대 회장이 최 회장에게 2억8000만원을 증여해 대한텔레콤 주식을 매수했다는 계좌 내역이 확실하고, 자기앞수표 등으로 현금 증여 사실도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항소심 직후 “비자금 유입 등 유무형의 혜택은 입증된 바가 없이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낸 바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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