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심민현 기자] 오랜 시간 변화다운 변화가 없었던 금융권에 2017년 처음 등장한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가 지난해부터 매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시중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에 딜사이트경제TV는 3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각기 다른 경영 스타일과 그간의 성과, 향후 과제까지 점검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토스뱅크는 2021년 인터넷은행 3사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출범한 업계의 ‘막내’다. 지난 3년여간 위기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금융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혁신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왔다.
특히 토스뱅크가 업계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었던 데에는 2020년 토스혁신준비법인 대표를 맡으며 토스뱅크의 예비·본인가 획득과 사업 총괄을 이끌었고 2021년 10월 출범부터 2년 4개월간 첫 번째 대표를 역임한 홍민택 전 대표의 역할이 컸다.
실제 토스뱅크는 홍 전 대표의 지휘 아래 출범 이후 21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첫 월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작년 3분기에는 당기순이익 86억원을 기록하며 첫 분기 흑자도 냈다. 이어 4분기엔 순이익 124억원을 올리며 흑자 규모를 더욱 키웠다.
특히 홍 전 대표가 직접 기획부터 참여한 ‘먼저 이자받는 정기예금‘ 상품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누적 이용 횟수가 2억4000만회를 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이후 출시된 ‘나눠모으기 통장’, ‘외화통장’ 등도 성공을 거뒀다.
홍 전 대표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던 만큼 업계 관계자들은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홍 전 대표는 지난 2월 15일 임직원들과의 소통 자리에서 “토스뱅크 준비법인부터 흑자전환, 1000만 고객과 함께한 은행으로 거듭나기까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새로운 전기를 맞은 은행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하며 스스로 사임을 선택했다고 토스뱅크 1기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홍 전 대표의 뒤를 이어 토스뱅크의 2기를 이끌게 된 인물은 바로 DGB대구은행 최초의 여성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금융권에 널리 알려진 이은미 대표였다. 이 대표는 1973년생으로 서강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이화여대 대학원 통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과 런던비즈니스스쿨, 홍콩대 대학원의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28일 임직원들과 타운홀미팅을 열고 “토스뱅크의 혁신 DNA를 이어가면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은행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며 “2024년을 첫 연간 흑자 달성의 원년으로 만들고 동시에 재무구조 안정성, 리스크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 선임 당시 업계 일각에선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홍 전 대표의 성과와 평판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전임자의 그림자를 지우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결코 만만하게 볼 인물이 아니었다. 대구은행 최초의 외부 영입, 여성 CFO에 이어 최초의 여성 인터넷은행 CEO 자리는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닌 탓이다.
이 대표는 대구은행에 영입되기 전부터 재무 전문가로 금융권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경력 역시 화려하다. 이 대표는 대구은행에 영입되기 전 SC싱가포르에서 재무 매니저를 지낸 후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HSBC 서울지점, HSBC홍콩 지역본부 아태지역 총괄 등을 거쳤다. 이처럼 해외 은행 근무 경험이 풍부하기에 토스뱅크는 이 대표가 회사에 글로벌 감각을 이식해줄 것 역시 기대하고 있다.
대구은행 CFO로서 성과도 탁월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이 만든 ‘시중은행 전환 태스크포스팀(TFT)’의 공동 의장으로 선임돼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토스뱅크는 이 대표 선임 당시 10년 넘게 은행 CFO로서 갖춘 경험이 건전성,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으며 성장에 대한 전략적인 기여로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취임 후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 대표를 향한 업계의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실제 특유의 부지런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토스뱅크가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으며 결과물도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우선 올해 1분기 1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작년 3분기와 4분기에 이어서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연간 흑자를 조심스럽게 전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임직원 1인당 생산성도 은행권 전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은행 생산성을 나타내는 직원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은 은행이 거둔 총 영업이익에서 대손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을 뺀 금액을 직원 평균으로 나눈 값이다. 대손충당금이나 자산 규모 변동 등이 반영되는 당기순이익과 비교했을때 개별 은행 생산성을 더 잘 보여주는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토스뱅크의 1분기 임직원 1인당 생산성은 2억49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5% 급증했다. 5대 시중은행 임직원 1인당 평균 생산성 6640만원의 3.75배에 달하는 수치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1억8000만원), 케이뱅크(1억3700만원) 역시 시중은행을 압도했지만 토스뱅크에는 한참 못 미치는 생산성을 나타냈다.
지난달 발표된 광주은행과의 공동대출 사업 역시 이 대표의 성과 중 하나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아직 출시하지 않은 데 따른 수익의 빈틈을 만회하기 위한 승부수였다. 금융위원회는 6월 26일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의 공동대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했다. 이는 국내에서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처음 협업한 상품 사례다. 양사는 3분기 중 공동대출을 출시할 계획이다.
공동대출은 금융소비자가 토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양사가 각각 심사를 진행한 후 한도와 금리를 결정한다. 대출금은 결정된 한도 내에서 절반씩 분담하고 대출의 실행과 관리는 토스뱅크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토스뱅크는 이번 공동대출 사업으로 분기별 1500억원 가량의 대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일 취임 100일차를 맞은 이 대표에게는 명확한 과제가 한 가지 있다. 바로 주담대 출시 시기에 대한 고민이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9월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내놓으며 연내 주담대 출시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는 상태다.
다만 먼저 주담대를 출시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전례를 살펴보면 양사는 모두 2017년 출범해 5년 뒤인 2022년에야 주담대를 출시했다. 2021년 출범한 토스뱅크가 아무리 늦어도 내년 안에 주담대를 출시할 경우 경쟁사들보다 여전히 1년이 빠른 셈이다.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선 토스뱅크가 최대한 빨리 주담대를 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주담대 출시가 계속해서 늦어진다면 업계 1위 카카오뱅크와의 격차는 물론 현재는 거의 따라 잡았다고 평가 받는 케이뱅크와 격차도 돌이킬 수 없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담대는 주택이라는 우량한 담보를 확보하고 있어 대출 부실이 발생해도 은행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적고 대출액이 높아 은행이 안정적으로 이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알짜 사업이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도 주담대 확대를 통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2026년 3월 31일까지인 임기 내 주담대를 출시해야 토스뱅크 2기를 대표하는 패러다임을 세울 수 있는 만큼 내년에는 주담대를 출시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대표 취임 후 지금까지 성과를 낼 수 있는 시간이 짧았음에도 긍정적인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다”며 “주담대 출시 역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