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전업계에서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적인 탈탄소, 친환경 기조 영향으로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관련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냉난방공조는 온도·습도·공기 흐름 등을 조절해 사용 목적에 따라 적합한 상태로 유지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에어컨도 공조사업의 일부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 중립’ 에너지 정책이 강화되면서 고효율 전기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속가능한 미래 준비의 일환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가속화하기 위해 탈탄소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의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기준 유럽 냉난방공조 시장 규모를 약 13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으며, 향후 3년간 약 5%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LG전자는 한국, 미국에 이어 유럽에도 ‘에어솔루션연구소’를 신설했다. 냉난방공조사업 역량을 강화해 유럽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유럽 에어솔루션연구소는 지난달 북유럽의 혹한에서도 최고 수준의 난방성능을 내는 히트펌프를 만들기 위해 지난달 출범한 ‘유럽 첨단 히트펌프 연구 컨소시엄(ECAHR)’의 운영도 담당한다. 또 히트펌프, 스마트홈 등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현지 인재도 적극 채용·육성해 고성장중인 유럽 냉난방공조 시장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냉난방공조에서 나타나는 탈탄소 및 전기화 트렌드를 기회로 삼아 유럽과 북미, 아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LG전자는 초대형 냉방기 ‘칠러’가 해외 시장에서 최근 3년간 연평균 40%에 육박하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LG전자는 글로벌 냉난방공조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미국, 인도 등 세계 43개 국가, 62개 지역에서 매년 3만명이 넘는 냉난방공조 엔지니어를 양성하고 있다. 냉난방공조 솔루션을 설치·관리하는 현지 인력을 육성해 글로벌 B2B 사업 확대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5월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시장에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개별 공조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합작법인은 삼성전자 50.1%, 레녹스 49.9% 지분으로 올해 하반기 미국 텍사스주 로아노크에서 출범할 예정이다.
단독 주택 중심인 북미 지역은 주택의 천장 공간이 넓어 덕트 설치가 용이해 유니터리 방식의 비중이 높지만, 최근에는 공동주택과 중소빌딩 공급이 늘어나면서 개별 공조 시스템과 유니터리·개별 공조를 합친 ‘결합형’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스마트폰, 반도체 분야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AI 라이프 솔루션과 연결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개별 공조 제품에는 기기간 연결과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집 전체의 전력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사용량을 절감하는 ‘스마트싱스 에너지’가 적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냉난방 공조 전시회 ‘MCE 2024’에도 참가해 주거용 고효율 히트펌프 EHS(Eco Heating System) 및 상업용 공조 솔루션을 소개하는 등 유럽 공조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HS는 주거 및 상업시설의 바닥 난방과 급탕에 적용되는 솔루션으로, 공기열과 전기를 이용해 온수를 만들 수 있어 일반 보일러보다 고효율 제품이다.
한편 시장조사기업 IBIS 월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냉난방공조 시장규모는 584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8년 610억 달러 규모로 매년 0.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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