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키스트)만이 할 수 있는 국가·사회적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풀어가는 임무 달성을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임무중심연구소는 그 변화의 시작이다.”
오상록 KIST 원장은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KIST 국제협력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월 27일 KIST 원장으로 취임한 오 원장은 이달 4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8개월간 공석이던 원장직에 오른 그는 취임 직후부터 조직 변화에 속도를 냈다.
오 원장은 “KIST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맏형이자 국내 1위 연구소로 평가받지만 ‘글로벌 과학경쟁 경쟁 속에서 과연 충분한가’라는 의문이 원장 취임 전부터 있었다”고 했다. 이어 “연구자들의 잃어버린 연구 본능과 잠들어 있는 야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KIST의 새로운 역할에 부응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자 했다”고 개편 이유를 밝혔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출연연 임무중심 R&D 모델 제시다. 이를 위해 이달 초 △차세대반도체 △인공지능(AI)·로봇 △청정수소융합 등 임무중심연구소 3곳을 신설했다. 향후 △뇌과학 △기후·환경 부문 임무중심연구소도 추가 설립할 계획이다. 연구소별 인력은 20~30명, 예산은 출연연 내부 과제와 외부 수탁과제를 합쳐 60억~1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오 원장은 “세 개 임무중심연구소는 비록 작은 출발에 불과하지만, 임무가 달성되는 몇 년 후에는 연구 결과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성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구소를 총괄하는 프로그램매니저(PM) 제도도 새로 도입했다. PM은 연구소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아 인력 구성부터 예산 배분, 관리, 사업화까지 전주기 수행을 책임진다. 외부에서 우수 인력을 데려올 수도 있다. 실제 한 연구소는 정년을 연장하고 처우를 높이는 방법으로 다른 대학 석학을 영입했다.
오 원장은 “그간 연구소장이 감독·선수 역할을 겸임했다면 PM은 감독 역할만 맡는다”며 “현 출연연 체계에선 전권을 주는 게 쉽지 않지만 시도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KIST는 현재 3곳으로 분산된 창업·기술사업화 조직을 ‘KIST 이노베이션’으로 통합해 지식재산권(IP) 사업화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오 원장은 “연구 결과가 창업과 기업 성장으로 연결되는 혁신의 연결고리를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인도, 베트남 등 해외 거점 역할을 재정립하고 해외 선도 연구기관과 협력도 확대한다. 이차전지·첨단소재 부문에선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바이오매스를 정제해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바이오리파이너리 부문에선 미 샌디아국립연구소와 각각 협력할 예정이다.
오 원장은 1958년 서울 출신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서 전자·전자공학 석사와 로봇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에 KIST에 입원 후 대외부원장·강릉분원장·방역로봇사업단장을 역임했다. 정보통신부 지능형 로봇 프로젝트매니저(PM), 한국로봇학회장,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추진기획단 자문위원,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 민군기술협력특별위원회 위원 등도 지냈다. 지난 3월 임기 3년의 KIST 제26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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