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보험계약대출을 찾는 금융 소비자가 사상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대출보다 낮은 문턱에 눈길이 끌리지만, 경우에 따라 보험계약이 해지되는 등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말 기준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68조2000억원) 대비 2.9% 증가한 70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말 기록한 최고점(71조원)에서 소폭 줄어들었으나 3분기 연속 70조원대의 역대급 규모를 유지 중이다. 대출 조이기에 한창인 은행권 대신 지난 1월 상생금융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내린 보험사로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보험계약대출은 가입한 보험의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보험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대출이다.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최대 95%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흔히 ‘약관대출’로도 알려져 있다.
보험계약대출의 가장 큰 특징은 간편함이다. 신용대출 등 일반적인 대출과 달리 신용점수 조회와 같은 별도의 심사 과정과 서류 제출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다. 또, 창구 방문이 아닌 온라인, 전화, 모바일로도 대출이 가능하다. 때문에 불경기 속 급전이 절실한 저신용자 및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한다. 카드론과 함께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이유다.
다른 장점도 있다. 보험계약대출은 매월 이자만 납부하다 만기 일시상환이 가능하며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대출을 받더라도 보험 계약은 유지돼 사고 발생 시 보장 또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계약대출 역시 대출인 만큼 이용 전 주의사항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먼저 이자를 장기간 내지 않는 것은 금물이다. 미납 이자가 쌓여 보험계약대출 원리금이 가입 상품의 해지환급금을 초과한다면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이 경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장을 받을 수 없는 데다가 보험사가 대출 원리금을 해지환급금에서 즉시 상계 처리할 수도 있다. 미납 이자로 인해 보장과 해지환급금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이자 미납 시 연체이자율이 적용되지 않음에도 이자 부담은 늘어난다. 미납 이자를 대출원금에 더해 이자를 다시 계산하는 ‘역복리’가 발생하는 탓이다. 역복리 구조상 미납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가 대폭 불어날 수 있다.
신용점수가 떨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2019년 7월 10일 이후 계약한 보험상품으로 보험계약대출을 받으면 신용정보회사 등에 해당 사실이 알려져 신용점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금보험으로 보험계약대출을 받았다면 대출상환 시점이 중요하다. 연금 개시 전 원리금을 모두 갚아야만 정상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보험사가 금리를 올리거나 특정 상품의 대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지난달 26일부터 보장성 상품 5종의 보험계약대출을 중단했다. 동양생명의 경우, 지난 1일부로 금리확정형 보험계약대출의 최고금리를 기존 5.95%에서 9.9%로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대출 총량을 관리한다”며 “현재 보험계약대출 평균 금리는 5.5% 수준이지만 관리를 위해 언제든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보험 전문가는 “쉽게 생각하다가 큰 코 다치는 것이 보험계약대출”이라며 “대출 대신 일부 상품에서 가능한 중도인출을 활용하는 것도 고민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이어, “중도인출 시 보장금액이나 적립금이 줄어들 수 있으나 이자를 내지 않아도 돼 부담은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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