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등 대한축구협회(KFA) 안팎을 들여다보겠다고 나서자, KFA는 당혹감을 드러내면서도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KFA는 17일 언론을 통해 “문체부가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등에 대해 조사한다고 해서 당황스럽다. 아직 문체부 쪽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전달된 것은 없다. 앞으로 조사가 들어오면 협조하고 따르겠다”며 “그러나 계속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FIFA(국제축구연맹)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KFA는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많은 잡음을 일으켰다. 지난 13일 이사회의 승인 끝에 홍명보 감독을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임명했는데, 비정상적이고 불투명한 감독 선임 과정 때문에 날선 비판을 받았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이었던 박주호가 감독 선임 과정 뒷이야기를 폭로, 축구계를 뒤집어놓았고 박지성 등 한국 축구 전설들도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연일 시끄러웠다.
이에 정부가 나서서 KFA의 부적절한 운영 부분과 대표팀 선임 절차 등에 대해 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문체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KFA를 둘러싼 문제들이 정리되지 않고 더 심각해지고 있다. 문체부는 이번 사안이 축구협회 자체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단계에 왔다고 판단했다”면서 “관리 감독을 하는 기관으로써 그냥 둘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KFA는 올해부터 공직 유관단체로 지정됐으며, 따라서 문체부가 단체를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KFA 측은 일단 문체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KFA 관계자는 “(하도 시끄러우니) 정부에서도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려는 것 아니겠느냐. 있는 그대로 모든 걸 소명하겠다. 만약 (조사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벌도 달게 받겠다”고 전했다.
KFA 내부에서는 문체부가 “선을 넘은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엔 (협회 자격 정지로 국제대회 출전권을 뺏겨) 월드컵 본선에 못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축구를 관장하는 FIFA는 산하 국가협회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조항도 정관에 포함했다.
FIFA의 정관 14조 1항에는 “회원 협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업무를 보장받아야 한다. 제3자의 간섭을 받아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15조에는 “어떠한 형태의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19조에도 회원 협회의 독립성을 언급했다.
한편 KFA 관계자는 감독 선임 관련 들끓고 있는 비판 여론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절차상 큰 문제가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결백하게) 다 밝혀지지 않겠냐”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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