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정보기술)기업 메가존이 고팍스에 대한 투자 확약서를 발급했다. 법적 효력을 지닌만큼, 메가존이 고팍스 지분 인수 굳히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메가존이 고팍스와 은행실명계좌 재계약 앞둔 전북은행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투자확약서(LOC)를 내줬다. 투자확약서 전까지는 법적 효력 없는 투자의향서(LOI)까지만 전달했다. 투자 규모 조건 등을 상세히 기재한 확약서까지 발급한 건 메가존이 고팍스 지분 매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메가존 관계자는 “투자 확약서를 발급한 건 맞다”면서 “계약 체결을 위한 과정이지, 반드시 투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메가존이 높은 지분율로 인수하면 고팍스 원화거래소 유지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고팍스는 내달 11일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앞두고 있다. 관건은 ‘지배구조 개선’이다. 실명계좌를 받지 못하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원화거래소를 운영할 수 없다.
현재 고팍스 최대주주는 외국계 기업 바이낸스(67.45%)다. 금융위원회는 ‘바이낸스 지분율 10% 미만’을 요구하며 1년 넘게 사업자 변경 신고 수리를 보류 중이다. 바이낸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자금세탁방지 리스크가 주된 이유다. 금융당국 요구대로라면 바이낸스는 현재 보유 중 고팍스 지분 67.45% 중 58% 이상을 매각해야 사업자 변경 신고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전북은행 입장에선 국내 기업인 메가존이 인수해 리스크를 덜면 실명계좌 제휴에 도장을 쉽게 찍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원화거래소 관계자는 “전북은행도 신사업 확장 측면에서 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를 맞고 있는 유일한 지방은행 타이틀을 버리고 싶진 않을 듯 하다”면서 “FTX파산으로 생긴 고파이 원리금 미지급 이슈 여파 등이 해결되면 재계약이 보다 수월해질 듯”이라 내다봤다.
고팍스는 지난 4월 기준 2022년 가상자산 거래소 FTX파산으로 생긴 부채 560억원 포함 1184억원 부채를 떠안고 있다. 메가존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자산은 1조2115억원, 이중 현금·현금성 자산은 3356억원에 달한다. 풍부한 현금 여력을 지닌 메가존이 고팍스에 자금 유입을 단행하면 부채 이슈도 해결될 수 있다.
남은 변수는 금융위 사업 변경 승인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개정된 특금법 감독규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심사 요건을 강화한 바 있다. 대주주는 금융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준용해 지분 10% 소유했거나 중요 경영사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로 명시했다. 바이낸스 지분 줄더라도 영향력이 막대하면 대주주로 간주해 변경 승인을 다시 유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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