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 일가, 1년반새 5조 이상 팔아
취득 규모는 1조623억 그쳐…매각 25% 수준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최근 1년 6개월 동안 약 5조원이 넘는 계열사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세를 분할 납부 중인 삼성가(家) 세 모녀는 전체 규모의 66%를 차지했다.
1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동일인(총수)이 있는 대기업집단 71곳을 대상으로 오너 일가의 계열사 주식 취득·처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까지 오너 일가의 주식 처분 규모는 5조67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별로 살펴보면 삼성가 세 모녀가 주식 처분 규모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삼성전자 주식 1조4052억원어치를 처분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었다.
이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삼성전자·삼성SDS·삼성물산·삼성생명 등 계열사 주식 1조1500억원을 팔았고,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삼성전자·삼성SDS 등의 주식 7606억원을 처분했다.
삼성가 세 모녀가 매각한 주식 규모는 3조3157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지난2020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약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주식을 한 주도 처분하지 않았다.
삼성 일가 다음으로 많은 주식을 매도한 곳은 현대백화점그룹이다. 지주사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현대백화점 지분 1809억원어치를 처분하며 4위에 올랐다.
5위에는 1359억원의 주식을 처분한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으로 파악됐다. 형제간 계열 분리에 나선 효성그룹이 지주사를 분리하면서 조 부회장이 쥐고 있던 효성중공업 지분을 매도한 것이다.
조 부회장 다음으로는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117억원),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938억원),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776억원),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720억원),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67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 취득 규모는 1조1623억원에 그쳤다. 이들의 주식 매각 규모의 25% 수준인 셈이다.
이 중 약 60%는 현대백화점그룹(3222억원), OCI그룹(1938억원), 동국제강그룹(1818억원)이 담당했다. 세 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 계열 분리 등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는데 이에 따른 유상증자, 공개매수청약 등의 영향으로 주식 취득 규모가 컸다.
대기업 오너 일가의 지분 상속·증여도 이어졌다. 같은 기간 상속·증여된 지분 규모는 총 1조2134억원이다.
가장 많은 주식이 상속·증여된 오너 일가는 효성그룹이다. 고 조석래 명예회장이 소유했던 효성·효성중공업 등의 계열사 5곳 주식(7880억원)이 장남인 조현준 회장(6135억원)과 3남인 조현상 부회장(1745억원)에게 상속되면서다.
두 번째로 많은 상속·증여를 단행한 곳은 3세 승계를 준비 중인 한솔그룹이다. 조동혁 한솔그룹 회장은 787억원의 한솔케미칼 지분을 장녀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에게 신탁했다.
뒤를 이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차녀 서호정 씨에게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 631억원어치를, 정지선 회장은 현대그린푸드 지분 524억원어치를 부인과 자녀·조카 등에게 증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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