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자동차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록적인 폭우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적자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이동량이 줄면서 간신히 회복하는가 싶더니 다시금 악화되는 모양새다.
1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12일까지 국내 손해보험사 12곳에 접수된 침수 피해 차량은 총 1900여대로 피해액 규모는 173억원에 달한다. 남부 지방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충청남도와 전라남도에서 주로 접수가 이뤄졌다. 특히 이달 말까지 전국적인 장마가 예상돼 추가 피해가 더 발생할 수 있다.
안그래도 올 들어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악화일로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85%에 달하는 대형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지난 1~5월 평균 손해율은 79.6%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6.9%)보다 2.7%포인트 올랐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를 손익분기점으로 삼는데, 이미 근접치까지 오른 상태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현대해상은 77.1%에서 81.2%로 4.1%p 증가했다. 이어 ▲KB손해보험(76.8%→79.4%) ▲삼성화재(77.0%→79.2%) ▲DB손해보험(76.8%→78.5%) 등이다.
이번 장마로 부담이 더 커졌을거란 분석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연말로 갈수록 계속 높아진다. 특히 겨울이 되면 미끄러짐 사고등으로 11~1월 크게 오른다. 올 하반기 추석, 개천절 등 징검다리 연휴로 인해 차량 이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변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겨울은 블랙아이스로 인한 40중 추돌사고 등이 빈번해 1년 중에서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가장 높을 때”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손해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미 손해율이 80%를 상회하고 있어 올해 적자를 면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80%를 넘어서면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게 된다. 특히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3년 연속 인하했던 만큼, 당국 입장에서도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 요구를 거절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차량사고를 빙자한 보험사기와 환자와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도 보험료 인상을 부추긴다. 경미한 사고임에도 합의금을 목적으로 과도한 치료를 받는 경상환자들이 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는 2014년 2722억원에서 지난해 1조4888억원으로 10년 새 5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진료수가가 명확하지 않고 비급여가 많은 한방병원 치료가 급증하면서 보험금 누수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개입해 구체적인 진료수가를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하다.
보험연구원은 “보험료 인하 효과 지속, 인플레이션 상승 등에 따른 사고심도 증가 등으로 손해율은 다소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보험료 인하 폭이 이전보다 더 크고 대형사가 중소형사에 비해 인하 폭이 다소 큰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대형사의 손해율도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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