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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로] AI 전쟁의 신병기 ‘소버린 AI’

이투데이 조회수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미래교육원 원장

AI시장 놓고 전세계 치열한 각축전
기술자립 위한 국가전략·R&D 절실
AI 강국·식민지화 갈림길 앞에놓여


AI 혁명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마치 쓰나미처럼 거세게 밀려오는 AI 기술은 우리의 일상을 무차별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글로벌 AI 시장은 2030년까지 무려 826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8.46%의 놀라운 성장률로 이 거대한 시장을 놓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시장을 독점하고, 자신들의 생태계에 사용자를 가두는 플랫폼 전략을 펼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하드웨어 시장에서는 AI 학습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용 GPU 생산을 엔비디아가 92%로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AI 기술 종속과 디지털 식민화의 위험에 처해 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바로 ‘소버린 AI(Sovereign AI)’다. 소버린 AI란 국가가 자체적으로 AI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기술적 자립을 넘어, AI 시대에 국가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세계 각국은 소버린 AI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00억 유로 규모의 디지털 주권 펀드 조성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도 AI 주권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AI-반도체 이니셔티브’를 통해 2027년까지 9조 4000억 원을 쏟아붓고 있다. AI 반도체 혁신 기업 육성에도 1조 4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9대 기술혁신 과제를 추진하며 AI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이 네이버의 행보다. 네이버는 한국어에 특화된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를 자체 개발해 서비스 중이다. 무려 2040억 개의 매개변수를 학습한 하이퍼클로바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를 처리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모델이다. 이는 한국 기업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쾌거다.

네이버가 ‘AI 전용 데이터센터’ 각 커넥트를 설립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이퍼클로바와 같은 대규모 AI 모델 학습에 최적화된 각 커넥트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최신 엔비디아 H100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무려 1000대 이상 도입했다. 이들 GPU의 연산 능력을 모두 합치면 99.5페타플롭스(PF·초당 1000조 회 연산처리)에 달한다. 차세대 AI 기술 개발을 위한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기 위한 네이버의 선제적 투자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버린 AI 확보를 위한 노력은 이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글로벌 AI 투자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기업들의 AI 투자는 2017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기업의 50~60%가 최근 AI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가 차원의 전략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AI 기술 개발을 위한 건강한 생태계 조성이다. 정부, 기업, 학계, 시민사회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AI 국가전략을 세우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기업은 개방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학계는 AI 인재 양성에 매진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AI의 윤리적 활용을 감시하고 견인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EU가 ‘AI 액트’를 통해 AI 개발과 활용에 대한 규제 체계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우리 정부도 AI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윤리 기준 수립, 알고리즘 차별 방지, 프라이버시 보호 등 AI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AI는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여호첨익(如虎添翼)’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전략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대응할 우리만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AI 기술 확보는 단순히 기술 주권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지금 우리의 선택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소버린 AI라는 날개를 달고 비상할 것인가, 아니면 AI 식민지로 전락할 것인가. 우리는 지혜를 모아 이 갈림길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도 강력한 AI 기술을 손에 넣어,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는 AI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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