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이하여신 급증 와중에도
추정손실 금액은 축소 ‘대비’
리스크 최소화 작업에 ‘사활’
국내 저축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부실 대출이 한 해 동안에만 두 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아예 회수를 포기해야 할 정도인 악성 채권은 다소 줄어들며 대비를 이뤘다.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 터널 속에서 쌓이는 연체는 어쩔 수 없지만, 악성 채권이라도 최대한 걸러 내기 위한 방어 태세에 저축은행들이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79개 모든 저축은행들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10조45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6% 늘었다.
금융사는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OK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이 1조117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9.6%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SBI저축은행의 해당 금액이 8218억원으로 57.0% 늘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어 ▲상상인저축은행(5360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5326억원) ▲페퍼저축은행(5313억원) ▲웰컴저축은행(4530억원) ▲애큐온저축은행(3391억원) ▲KB저축은행(2878억원) ▲OSB저축은행(2796억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2646억원) 등이 고정이하여신 액수 상위 10개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대출 연체가 몸집을 불리는 배경에는 높은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쌓여가는 이자 부담에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연체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악성 채권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금리 여건만 놓고 보면 장기 연체가 누적될 수밖에 없음에도 도리어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5대 저축은행 대출에서 발생한 추정손실여신은 지난 3월 말 기준 총 94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 줄었다. 추정손실은 금융사 입장에서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로 구분해 둔 여신을 일컫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의 다섯 단계 자산 건전성 분류 중 가장 아래 단계에 해당한다.
이는 저축은행들이 악성 채권이 과도하게 쌓이지 않도록 부실 처리에 안간힘을 쓴 결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이 부실채권의 손실을 떠안거나 외부 기관에 이를 헐값에 파는 형태로 리스크를 털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사는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 부실채권을 상각이나 매각을 통해 처리하게 된다. 상각은 은행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렸다는 의미다. 부실채권 매각은 채권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이를 넘긴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미워지면서 여신 건전성 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전반적인 대출의 질 악화는 불가피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악성 채권을 줄이는 데 성공한 건 저축은행업계의 고군분투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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