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소유자는 부자일까?
지난 5월 신문 기사를 보면 부동산R114가 서울 아파트 116만 가구를 표본으로 가구당 평균가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가격은 25억8000만 원, 용산구 18억6000, 서초구 27억 7000만 원이라고 한다. 한편 절반의 국민은 집이 없는 무주택자이고, 특히 30대미만 청년의 88%는 무주택자이다(2022년 생애단계별 행정통계, 통계청). 2022년 주택소유가구의 평균주택 자산가격은 3억 1500만 원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200만 가구에서 순자산 3억 원 미만인 가구가 약57.5%(2023년), 순자산 10억 초과가 약10%이며, 순자산 상위 1%는 31억이니, 강남구 평균가격 25억 아파트 1채를 부채없이 갖고 있으면 자산 상위 1%에 가까운 초부자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강남의 30억 아파트를 소유한 자산가들은 자신들이 부자가 아니라고 한다. 한집에 계속 살다보니 아파트 가격이 올랐을 뿐 다른 재산이나 현금, 소득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강남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치솟은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내역을 통해서 이들의 재산취득 과정과 내역을 살펴볼 일이 몇 번 있었다. 한 고위공직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전후 강남아파트가 1억 원 남짓하던 시절에 부모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 한 채를 매수한 후, 몇차례 사고파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시가 25억 정도의 강남아파트 1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는 2015년 즈음 10억대 초반에 매입했는데, 문재인 정부 5년,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가격이 불과 5-6년새 2.5배 폭등했다. 1억아파트가 10억이 되는데 20여년이 걸렸는데, 10억 아파트는 5-6년새에 25억-30억이 되었다.
이런 실정이다보니 자산상위 1%에 가까운 초부자로 통계에 잡히지만 실제로는 세금낼 돈은커녕, 생활비도 부족하고, 겨우 살아가고 있는 딱한 집주인들이 각종 세금내느라 얼마나 힘든지, 전국민이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서 정부의 모든 부동산 정책은 부자이지만 부자가 아닌, 아파트는 있지만 돈은 없는 딱한 부동산 부자들이 어떻게 하면 세금부담없이 계속 그 집에 살수 있게 해줄지,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새집을 지을 수 있게 해줄지, 자식들에게 집을 물려줄 때 최대한 세금을 적게 내도록 해줄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은 감세와 규제완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상우 장관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과 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 의무화가 재건축을 막고자하는 법(2024년 4월 2일 기자간담회)이라면서, 지속적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이미 지난해 12월 일부 개정, 시행령은 지난 2월 입법예고되었다. 이에 따라 재건축부담금 부과개시시점 변경, 면제구간 상향, 부가구간 단위 조정, 1주택자에 대한 감경, 만60세 이상자에 대한 부담금납부유예, 부담금 부과대상 초과이익을 줄여주는 개발비용 산정방식의 개선 등으로 집 소유주의 부담액이 크게 경감된 바 있다. 국토부는 A단지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종전 법률적용시 부담금 1억1천만 원이 840만 원으로 낮아진다며 최대 1억 원 이상 부담금이 감경되는 사례를 공개했다(국토부 보도자료 2024.2.1.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하위법령 입법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재건축조합들은 부과징수 기간을 넘겨 재건축부담금 납부를 미루고,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을 지적하면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의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지난 2006년 재건축사업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환수하여 주택가격의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기하고 국민경제 발전과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제정된 바 있으나, 시행유예와 개선 논의가 반복되면서 2010년과 2012년 5개 단지에 25억 원이 부과 징수된 것이 전부다.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부과된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은 25억 원, 납부된 부담금은 15억 원에 불과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부담금은 2006년 제정이래 소리만 요란했을 뿐, 사실상 제대로 부과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법이 제정, 시행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조합과 정부 모두 정면으로 이를 무시하고, 부과를 차일피일 미루고, 정부가 나서서 폐지를 주장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토교통부
박상우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요즘은 시장의 힘만으로 재건축을 할수 있는 지역이 많지 않다, 공사비가 많이 올라서 분담금을 내고 재건축을 한들 과연 집값이 예전처럼 엄청나게 남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 곳들도 많다”고 설명한다.
재건축은 노후 불량 주택의 소유자의 집합체인 재건축조합과 민간건설사가 주도하는 민간 주택공급사업이다. 당연히 시장의 힘으로 수요·공급원리에 따라 사업이 이루어진다. 소화되기 어려운 높은 가격으로 공급이 이루어지거나 낮은 품질의 주택이 공급된다면 시장의 외면을 받게되고, 그 책임은 시행사인 조합원의 몫이 되므로, 사업성 여부를 따져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어떤 사업이든 사업성 판단은 제도를 기반으로 하게 되고, 부담금과 조세제도 또한 사업성을 판단의 결정하는 구성요소의 하나가 된다.
정부가 나서서 재건축 걱정을 한다는 것은 부동산시장의 부침으로 인하여 시장의 힘으로 재건축을 하기 어려울 때는 정부가 조변석개 제도를 바꾸고 집 주인의 세금을 깎아주고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시장이 아닌 정부의 힘으로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뜻인가? 시장의 힘으로 10억 아파트가 5년만에 25억이 되었는데, 이제는 정부의 힘으로 25억 아파트의 가격을 지탱하고, 30억, 40억 계속 가격을 올려 집만 있고 돈은 없는 초부자들을 위한 성벽을 쌓야한다는 것인가? 초부자들의 자산가격을 지탱하기 위하여 젊은 세대의 미래 소득까지, 영혼까지 끌어모아 그들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것인가?
대한민국에서 재건축사업은 목적과 결과가 뒤바뀌었다. 재건축을 한들 남는 것도 없는 재건축 소유자들, 어쩌다보니 깔고앉아있는 집 한채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 재건축 소유자들의 부담을 한푼이라도 줄여서 그들이 가진 집을 내놓게 하고, 어떻게든 사업을 성사시켜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시장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공급 확대만을 외치는 모습을 보면 민간건설사의 일감을 만들어주기가 재건축사업의 목적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
박상우 장관의 말처럼 재건축사업에서 공사비가 커지면 이익이 줄어든다. 수요자의 지불능력은 소득의 한도내에서 결정되므로 분양가를 한정없이 높이기 어렵다. 이익이 작아지면 당연히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도 작아지게 되므로 폐지할 필요성이 없게 된다.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종부세 완화 및 폐지의 대안은 바로 시장친화적인 보유세 강화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급격한 도시화, 인구집중의 시기에 극심한 주택부족 문제를 겪었다. 아울러 도시 확장으로 인하여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 부동산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토지초과이득세, 개발부담금,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이라는 제도가 나왔다. 명목만 존재하고 사실상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이 제도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꾸준히 상속세율을 낮추자고 주장한다. 우리의 상속세가 높은 이유는 보유세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높은 상속세는 사실상 보유세를 상속시까지 이연시킨 결과다.
따라서 종부세 완화, 상속세 완화,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폐지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이에 대한 보완수단으로서 토지보유세 강화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토지보유세는 바로 가장 시장친화적인 조세라는 것이 애덤 스미스 이래 경제학계의 통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밀턴 프리드먼의 책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는데, 자유시장, 작언정부를 중시했던 밀턴 프리드먼이 ‘가장 덜 나쁜 세금’으로 칭송한 것이 바로 토지보유세다.
토지보유세는 개인의 노력에 의한 생산물이 아닌 토지에 국가, 공동체에 의하여 만들어진 입지와 기반시설 등을 통하여 토지 소유주가 누리는 편익만큼 부과하는 세금이다. 생산, 투자활동을 저해하지 않으므로 시장친화적인 조세다. 따라서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각종 규제, 높은 상속세 완화를 논하려면 이와 함께 보유세 강화를 반드시 공론의 장에 올려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고도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축소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1970년 3천만에서 2010년 4800만 명으로 40년간 인구는 약 1.5배 늘었지만, 이후 5100만에서 정체되다가 2020년 이후에는 감소하고 있다. 인구의 도시집중 시기에는 당연히 항상 주택이 부족했지만, 이제는 정체된 소득 수준에 늘어나는 주택을 감당할 사람이 없다. 그러다보니 높은 주택가격은 세계 유래없는 저출산을 유발하고, 이에 따라 한국은 청년없는 사회로 가는 중이다. 비정상적인 인구구조, 극심한 고령화국가가 우리 앞에 정해진 미래이다. 축소의 시대에 맞는 부동산, 주택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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