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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밥캣 품은 두산로보틱스… 두산, 신사업 발굴 디딤돌 됐다

아시아투데이 조회수  

두산이 2007년 6조원 거액에 사들였지만 적자 행진에 매각까지 고려했던 애물단지 두산밥캣이 지금은 그룹의 돈 잘 버는 ‘믿을맨’으로서 지배구조 개편 핵심이 됐다. 적자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해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모기업 두산에너빌리티의 지갑을 두둑히 해 줄 카드로 활용되면서다. 2010년부터 성장 가도를 밟아나간 밥캣은 이제 연 1조4000억원 규모 흑자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그런 알짜를 움직이는 재편안을 두고 시장에선 갑론을박 중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 사이에선 알짜 회사인 밥캣을 떼주면서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고 보는 시선이 나온다. 두산로보틱스에만 유리한 결과라는 의미다. 또 반면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높아진 상황에서 밥캣을 지렛대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에 이득이라는 평가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사업적 시너지를 도모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두산그룹은 로봇·기계부문 수직계열화를 꾀하는 동시에 에너지 사업부문의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밥캣 이익 체력을 기반으로 신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두산밥캣은 자회사 밥캣코리아가 인도 법인에 자금을 대여한다고 공시했다. 현재 두산밥캣은 인도 첸나이공장 증설을 통해 아시아 시장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번에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판매량 확대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산밥캣은 인도 법인 판매량을 지난해 대비 2배 성장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두산밥캣은 모트롤 인수, 멕시코 신공장 설립 등으로 건설장비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과감한 투자는 그동안의 호실적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두산밥캣은 영업이익 10억달러(한화 약 1조3800억원)를 넘기기도 하면서 투자 재원을 쌓았다.

이미 수년 전부터 두산밥캣은 그룹의 ‘효자’ 역할을 했다. 2020년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여러 자산 및 사업을 매각하는 자구 계획을 시행하던 시기에도 영업익 3억 달러(약 4000억원)를 거두면서다.

두산밥캣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분 46%를 들고 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인 ㈜두산이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두산에너빌리티는 중간 지주사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런 옥상옥 구조를 해소하고 사업 간 시너지를 도모하기 위해 두산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핵심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쪼개 신설 분할회사 산하에 두산밥캣을 두고, 이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부분이다. 결국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가져가게 되는 셈이지만, 두산밥캣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두산에너빌리티를 쪼개기로 한 데에는 오너일가의 지배력 유지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밥캣의 시가총액이 아니라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의 가치와 두산로보틱스 지분이 교환되면서, 분할합병비율이 비교적 유리하게 책졍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식교환까지 마치면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고,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은 현재 62%에서 49%까지 감소한다.

득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지점은 바로 두산밥캣의 가치다. 두산에너빌리티로서는 두산밥캣을 활용해 자금을 확보, 에너지 사업에 집중할 수 있지만 두산밥캣에서 나오던 현금 창출력은 떨어질 수 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 입장에서는 밥캣 지분을 토대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기존 부채 등 재무 부담을 함께 가지고 오게 될 수 있다.

다만 두산그룹 전체의 입장에서는 신사업 재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에너지 부문의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원자력발전 시장이 살아나면서 실적을 개선하고 있긴 하지만 당장의 유동성은 덜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비율은 100%를 넘겼다. 따라서 밥캣 지분 등 여러 자산을 활용해 현금을 마련할 수 있고, 차입금도 1조2000억원가량을 줄일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사업구조 재편은 효율적 경영환경 조성과 사업부문별 시너지 창출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고 넓혀가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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