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들과 여당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에 앞서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회계학회가 공동주최한 ‘가상자산 과세제도 현안 토론회’에서 “제도 정비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가상자산 시장 과세와 관련해서는 늘 과세 필요성에 문제와 시기상조의 문제가 공존했다”며 “분명한 것은 아직 가상자산에 관해 거래의 투명성이나 안정성 확보, 투자자 보호에 관한 여러가지 제도적 정비가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가상자산소득세는 가상자산 투자로 얻은 소득 중 연 250만원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 20% 세율을 매기게끔 했다. 당초 2022년 1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 유예를 거쳐 내년 2025년 1월로 시행이 미뤄졌다.
정부와 여당이 금투세를 폐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여당에서는 주식과 과세 형평을 맞추기 위해 가상자산 과세 역시 3년 미루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추 대표는 “정부에서도 법규 등을 통해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이 조금 더 숙성되고 완성이 될 때 가상자산 과세를 논의해야 소비자도 보호하며 시장도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날 간담회를 개최한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역시 “2030세대가 전체 가상자산 투자자의 50%를 차지하고 있다”며 “(윤석열)대통령도 젊은이들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주식시장에 준하는 안심 투자 환경을 만들겠다 공약했다. 제도화가 미흡한 시장에서 섣불리 과세할 경우 여러 부작용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 말했다.
현재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 제도와 관련해 가장 미흡하다 꼽히는 부분은 기타소득으로의 분류되었다는 점이다. 국제회계기준에서는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세법에서는 무형자산의 양도를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가상자산 역시 기타소득이라 정한 것이다.
하지만 기타소득의 경우 현상금, 포상금, 복권당첨금 등과 같이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소득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소득은 이와 달리 계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토큰증권, 대체불가능토큰(NFT)등 여러 파생상품이 나오기 때문에 현재 분류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김재석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은 기타소득으로 분류가 되어 있는데, 어떻게 분류할지 모르겠다 해서 이렇게 넣은 것”이라며 “세금을 물리는 과정에서 (과세당국이) 이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일면”이라 말했다.
안성희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가상자산은 최소한 기타소득은 아니라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한번 과세가 시작되면 소득의 세목을 변경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면 변경해 과세를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조언했다.
주식과 달리 결손금 이월공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과세체계에서는 가상자산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결손금 이월공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올해 손해를 보고 내년에 이득을 보더라도 이익을 본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가 돼, 손실 후 수익 발생 시 세금 부담이 증가한다.
안 교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을 볼수도 있는데, 실질소득에 부합하지 않는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며 “손실이 나면 고려 안하지만 이익이 나면 세금을 내라는 ‘징벌적 과세’와 같아 반발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해외거래소를 통한 역외탈세 방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고,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원천징수가 불가능해 투자자들의 자진 과세가 이뤄저야 한다는 지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임재범 국회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 조사관은 “탈세 방지를 위해 OECD 38개국과 암호자산 자동교환체계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공조하고 있다”며 “납세자 입장에서 과소신고시 납부지연가산세를 부과하게 돼 과소신고는 쉽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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