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 시기를 연장한 가운데 부작용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하는 상황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당 조치가 부동산 PF 연착륙이 아닌 부양책이라고까지 지적하면서, 빠른 스트레스 DSR 규제 강화 및 기준 통일 등 대책 요청이 나오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6조원 증가한 111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3월 1조7000억원 감소 이후 한 달 만인 4월 5조원 늘어나며 증가세로 전환, 6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가계부채는 GDP 대비 93.5%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 은행권의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 폭이 늘어나며 가계부채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삐 풀린 주담대…“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예상보다 빨라”
금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는 6조3000억원 증가해 전월(5조7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특히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성 대출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 주담대는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26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21년 상반기 30조4000억원 상승 이후 3년 만에 최대폭이다.
시장에서는 주담대 증가의 원인을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 완화 등 정책대출 증가와 스트레스 DSR 확대 도입을 9월로 미룬 것에 주로 기인한다고 풀이한다.
앞서 정부는 당초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약 일주일 앞두고 오는 9월로 연기했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스트레스 금리 적용 비율을 현재 25%에서 50%로 확대하고, 업권별 적용 대출 대상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다.
DSR이란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은 예상치 못한 금리 인상과 소득 감소 등의 변수를 고려한 대출 신청자의 부채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기존 DSR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한도를 산출한다. 따라서 스트레스 금리가 가산되면 연간 이자 비용 증가에 따라 차주의 대출한도는 줄어든다. 이러한 이유로 9월 스트레스 DSR 시행 전 ‘영끌족’ 중심으로 막차 심리가 커지며 대출수요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한은 이창용 총재는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지난 5월에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봤는데 그 시점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대한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9월 스트레스 DSR 실행을 앞두고 막차 대출수요로 8월까지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한은이 경계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리인하 기대감과 더불어 정부가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을 2달 뒤로 미루면서 서울지역 주택가격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스트레스 DSR 연기…부동산 연착륙 넘어 ‘부양책’ 소리 들을 정도의 무리수
결국 정부가 스트레스 DSR의 연기의 목적을 부동산 PF 연착륙으로 두고는 있으나, 오히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고 가계부채를 증가시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성대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스트레스 DSR 시행 연기가 부동산 PF 연착륙 정책이라는 점에 대해 “PF를 살리기 위해 집값을 띄우는 셈”이라고 평가하고 “이상한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정부의 스트레스 DSR 연기는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조치인 걸 넘어서 부동산 부양책에 가깝다”며 “정부가 계획대로 대출 규제를 시행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서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미분양 해소가 관건인데 정부의 스트레스 DSR 연기는 주담대를 유도해 수도권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만 기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PF 연착륙 차원서 1기 신도시 정비사업 활성화, 시장 환경상 맞지 않아
정부가 스트레스 DSR 연기와 함께 1기 신도시 정비사업 활성화를 부동산 PF 연착륙 카드로 활용하는 데 대해서도 정책 혼선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부동산 PF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가 있는 사업장을 정리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었다. 이런 가운데, 2021년부터 급등한 공사비로 수익성에 의문이 생긴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 추진하는 것은 모순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한국부동산경영학회 서진형 회장은 “정부가 부실 PF 사업장 정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행동으로 보여진다”면서 “공사비 상승은 곧 조합원들의 분담금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재건축 사업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조합원들의 의사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대 부동산관리학과 임재만 교수도 정부의 일괄적이지 않은 정책을 꼬집었다. 임 교수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서는 어려운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정부가 밀어붙이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부실화된 사업장을 정리하지 않고 부동산 경기 부양만으로 PF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은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는 상황에 지나지 않는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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