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자본증권, 없어서 못판다
한화생명·메리츠지주·롯데카드 등 완판
IBK투자증권, 설립 최초 1000억 규모 발행
금융권이 앞다퉈 발행에 나선 신종자본증권이 잇따라 ‘품절 대란’을 빚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와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과 금융지주가 상반기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3조458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2분기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이 1조8580억 원에 달한다. 작년 2분기(4000억 원) 발행액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신한은행은 2분기에 4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신종자본증권을 2700억 원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기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7480억 원(2.8배수)의 유효 수요가 몰려 최종 발행금액을 4000억 원으로 증액했다.
5월 말엔 KB국민은행이 연 4.22% 금리로 358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했다. 사전 수요 예측에서 6540억 원의 유효 수요가 몰릴 만큼 인기가 많았다.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도 각각 4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했다.
한화생명은 17일 3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9일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한화생명은 30년 만기 5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조건으로 3560억 원 매수 주문을 받았다. 한화생명은 추가 청약을 통해 최대 5000억 원까지 증액 발행할 계획이다.
같은 날 100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진행한 메리츠금융지주는 모집금액의 두 배를 웃도는 2340억 원의 주문을 받았다. 공모 희망 금리 밴드로 5.0%~5.6% 고정 금리를 제시해 5.1% 수준에서 목표액을 채웠다. 올해 2월 비은행 금융지주로서는 최초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메리츠금융지주가 5개월 만에 재차 발행에 돌입하며 완판에 성공했다.
IBK투자증권은 11일 1000억 원 규모의 사모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금리 5.7%에 발행했다. IBK투자증권 설립 이후 최초로, 30년 만기이지만 5년 경과 후 콜옵션이 부여돼 있다. 롯데카드는 8일 1000억 원을 모집한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세 배가 넘는 354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금융사들이 줄지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착수한 배경에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의 특수성이 자리했다. 부채로 분류되는 회사채와 달리 신종자본증권은 회계 장부에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기록된다.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수단으로 신종자본증권이 떠오른 셈이다.
몸집을 불려가는 고금리 투자 수요는 발행 릴레이를 계속하는 신종자본증권의 ‘완판’을 주도하는 동력이 됐다. 최근 금융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연 4~5% 수준으로, 3%대에 머무는 정기예금보다 높다. 또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공모 회사채 시장은 신종자본증권을 중심으로 발행되고 있다”며 “ 최근 크레딧 스프레드의 8월 인하 기대가 강화되며 국고 금리 역마진 구도가 심화된 점이 크레딧 강세를 재차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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