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승계 절차 개시
금융사고·ELS 사태 ‘관건’
올해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5대 은행장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승계 절차를 감안하면 앞으로 석 달 후 연임 여부가 판가름이 나는데, 이들의 앞 날이 각종 금융사고 이슈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이들의 연임에 내부통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 중대재해법이라 불리는 책무구조도가 도입된 만큼 남은 임기 동안 이들을 향한 잣대는 더욱 엄격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 임기가 올해 말에 종료된다.
승계절차는 오는 9월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모든 은행권(KB·신한·하나·우리·NH·BNK·DGB·JB 8개 금융지주와 국책은행을 제외한 16개 은행)은 CEO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절차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지주·은행은 승계절차 개시 시점에 대한 규정이 명문화 돼 있지 않아 낙하산, 카르텔 등 CEO 선임 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터져나왔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5대 은행장 가운데 이재근 국민은행장을 제외하고 모두 초임이지만, 이들의 연임이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이 행장은 지난 2022년 취임한 후 2년 임기가 지난해 11월 마무리됐다. KB금융이 통상 계열사 CEO에게 큰 악재가 없는 한 ‘2+1’의 임기를 보장받아 이후 1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밖에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지난해 1월,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3월,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7월 각각 취임했다.
금융권은 올해 상반기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부터 잇따른 금융사고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의 연임은 내부통제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민은행은 홍콩 ELS 최대 판매사로 홍콩 ELS 피해 배상 관련 충당부채로 1분기에 8620억원을 영업외손실로 처리했다. 당기순이익도 3895억으로 전년 대비 58.2% 급락했다. 이처럼 1분기 실적이 좋지 못했고, 올 상반기 100억원 이상 배임 사고도 3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다만 하반기에는 홍콩 ELS 손실계좌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영업실적도 1분기 대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임자였던 허인 전 행장이 3연임하며 회사를 4년간 이끈 전례가 있어 이 행장의 3연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신한은행은 1분기 9286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고, 이승열 행장은 지난 3월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와 함께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나란히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만큼, 중용될 것이란 평가다.
반면 이석용 농협은행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은 안갯속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농협은행은 앞서 지난 3월 109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터졌다. 금융감독원은 수시검사에서 정기검사로 전환하고 농협은행과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64억원 규모의 배임사고가 추가로 발견되기 했다.
우리은행에서는 지난달 경남 한 지점에서 대리급 직원이 100억원 가량의 고객 대출금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돼 금감원이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은행권 금융사고에 대한 당국의 잣대가 엄격해졌고, 사회적인 관심도 크다”며 “내부통제가 은행장 임기에 미칠 영향력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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