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유엔(UN) 산하 해양 규제기관이 심해에 대량 매장된 광물 채굴에 대한 규제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심해 광물 채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녹색에너지 전환에 가져올 여파가 주목된다.
국제해저기구(ISA)는 한국을 비롯한 36개 ISA 이사국이 오는 26일까지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심해 채굴 규정 초안에 대한 회의를 진행한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ISA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제 해역에서의 상업용 채굴 허가와 관련한 절차 논의를 주요 총회 의제로 삼고 있다.
앞서 ISA는 과도한 심해 채굴이 해양오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정선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논의에 나섰다. 하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국제사회는 핵심 광물 수요가 급증했다며 규정안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캐나다 개발 기업 TMC와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공화국은 지난 2021년 ISA에 ‘2년 룰’ 조항을 발동, ‘2023년까지 심해 채굴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청했다. ‘2년 룰’은 심해 탐사권을 확보한 ISA 회원국이 채굴 의사를 밝히면 2년 안에 그 검토를 마쳐야 하는데 ISA는 이 기한을 놓쳤기 때문에 라이선스 신청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우루가 올해 말 채굴 작업 계획 신청서를 낼 것으로 보이면서 기술적으로는 올해 심해 채굴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ISA는 올해 회의에서 ‘2년 룰’을 어떻게 적용할지 결정도 내릴 계획이다.
심해에는 배터리 필수 요소인 리튬과 니켈을 비롯해 희토류, 코발트 등 신산업에 필요한 주요 광물이 대량 묻혀 있다. 해저 광물 매장량은 8조 달러(약 1경1090조원)에서 16조 달러(약 2경2170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각 국가 관할권 밖에 있는 국제 심해 해저 지역에서의 상업적 목적 채굴은 유엔 협약으로 금지된 상태다.
심해 채굴 찬성론자들은 심해 채굴 시 오는 2065년까지 전 세계 주요 광물 수요 45%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2040년까지 세계가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려면 니켈은 현재보다 19배 많은 4800만t을 채굴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문제는 심해 채굴이 해양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TMC는 의뢰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해저 채굴 시 기존 채굴 방식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어든다고 주장했으나 다수 국가에서는 심해 채굴 금지 또는 일시 중단·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을 필두로 한 일부 국가는 심해 광물 채굴을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이 제정될 경우 채굴 라이선스 발급은 신임 사무총장에 달려있다. 168개국과 유럽연합(EU) 등 ISA 회원국은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29차 ISA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신임 사무총장을 선출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UN 10개년 계획 실행안 등에 대해 협의한다.
업계 분석가들은 레티시아 카르발류 나이로비 유엔환경계획 해양·담수 부문 수석담당자가 당선될 경우 마이클 로지 현 사무총장의 리더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로지 사무총장은 심해 채굴에 대한 환경단체의 반대를 무시하는 태도와 ISA 규제를 받는 채굴 계약업체와의 긴밀한 관계로 비판받았다. 오는 12월 두 번째 임기가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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