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두 회사의 합병 관련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SK㈜도 오는 18일 오후 임시 이사회에서 두 회사의 합병안 논의 결과를 검토한다. 합병이 의결될 경우 총자산 100조원이 넘는 종합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이 1대 2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경우 SK E&S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 희석을 방지할 수 있어 경영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축소될 수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두 회사의 합병을 위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일반주주들을 설득해야 하고, SK E&S는 비상장사지만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협의가 필요하다. 3조원이 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유한 KKR이 합병에 반발해 상환을 요구하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보상해야 한다.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트레이딩은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의 원유 수입·석유제품 수출 담당하고 있다. SK엔텀은 에너지저장장치 전문 기업으로 최근 글로벌 수요 증가에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종산업 간 합병이 점쳐지는 것은 SK그룹의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SK온의 경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재무건전성과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를 위해 현금 흐름이 풍부한 회사들과 합병해 문제를 해소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이 지속되면서 SK온은 2021년 10월 출범 이래로 적자 상태다. SK온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2조8972억원, 영업손실 5818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영업손실은 3315억원이었다.
SK트레이딩과 SK엔텀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전체 배당금(1조1886억원)에서 70%를 차지했다. 두 회사의 사업 모두 업황 변화가 크지 않아 안정적인 수익을 낸 덕분이다.
SK그룹 계열사가 219개에 달하는 만큼 연말까지 사업 재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근 “이름도 모르는 계열사들을 감당 가능한 선까지 정리하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온·트레이딩·엔텀 3사 합병’에 대해 “SK온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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