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對)미 소비재 수출 증가세가 미국 소비의 둔화흐름이 지속됨에 따라 점차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미국과 유로지역의 소비흐름을 어떻게 볼 것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경제의 높은 성장률은 개인소비에 의해 주도됐으나 올해 들어 소비흐름이 약화되고 있다.
소비 둔화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누적된 데다 ▲초과저축 소진 ▲취약 가계의 재정상황 악화 ▲소비심리 약화 등의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향후에도 미국 소비는 현재의 둔화흐름을 지속하고, 노동시장 수급도 균형을 찾아감에 따라 내년 이후 장기추세 수준에 점차 수렴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최근 고용 둔화흐름에도 불구하고 아직 과거 평균(10~19년)을 하회하는 실업률 수준 등으로 근로소득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점,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에 힘입은 고소득층의 양호한 소비여력,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여건이 점차 조성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소비가 단기간 내에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미국의 개인소비는 점차 둔화되겠으나 고소득층 소비여력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여건이 점차 조성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가흐름은 완만한 속도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간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였던 우리나라의 대미 소비재 수출은 우리기업의 수출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양호하겠지만 증가세는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지역 소비는 미국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이후 장기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재화소비는 코로나19 이후 횡보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과거 장기추세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소비 부진은 임금협상 방식, 제조업경기 위축 등에 따라 실질소득 개선이 지연된 가운데 러·우전쟁 이후 에너지·식료품 물가 급등, 가계의 예비적 저축동기 확대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로지역의 소비가 크게 위축된 것은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미국보다 컸다는 분석이다. 두 지역은 모두 물가와 타이트한 노동시장 때문에 임금이 상승했으나 유로지역의 경우 노동시장 특징, 산업구조 등에 기인하여 미국보다 실질소득 개선이 더딘 모습이었다.
한은은 유로지역 소비는 아직 미약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향후에는 디스인플레이션 진전에 따른 가계 실질구매력 증가, 금융여건 완화 등에 힘입어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그 속도는 비교적 완만하겠으며 최근 유로지역내 정치적 불확실성, 세계교역 블록화에 따른 제조업경기 회복 지연 가능성 등은 리스크 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까지 소비부진이 지속된 유로지역은 실질소득 확대, 금융여건 완화 등에 힘입어 내년으로 갈수록 점진적인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유럽의 소비 및 제조업경기가 나아질 경우 그간 부진했던 대유로지역 수출은 시차를 두고 개선될 것”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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