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박민석 기자 ] 두산에너빌리티(이하 두산에너빌)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알짜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는 분할 합병을 추진하면서, 매출감소와 합병비율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두산에너빌의 경우 국민연금을 포함한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70%가까이 되기에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이 저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을 기존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46.06%)을 보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하고 투자회사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긴다.
두산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분할합병으로 두산에너빌의 캐시카우인 중장비 생산 계열사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넘기는 것이 핵심이다. 두산에너빌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두산로보틱스와 분할합병계약 체결 승인 안건을 오는 9월 25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결정한다.
두산측에서는 사업 개편을 통해 기계 부문을 하나로 합쳐 사업적 시너지를 내고, 두산밥캣에 대한 전략적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주총 안건이 통과될 경우 두산에너빌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수는 바뀐다. 분할합병 비율은 두산로보틱스 1주당 두산에너빌 주식 0.0315651주로, 두산에너빌 주식 100주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3.2주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받는다. 이와 함께 기존 두산에너빌 주식은 감자에 따라 76주를 받는다. 분할합병 이후 보유한 두산에너빌 지분은 줄어들고, 두산로보틱스 신주를 받게 되는 셈이다.
한편,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합병되는 두산밥캣 주주들은 보통주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17402주를 배정받는다. 두산밥캣 100주를 보유하고 있으면, 두산로보틱스 지분 63주를 받게 되는 셈이다.
알짜 자회사 잃고 고평가된 로보틱스 합병비율 논란도..상처 뿐인 주주들
두산에너빌 주주들은 이번 분할합병을 통해 잃을 것이 많다는 입장이다.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알짜 자회사를 잃을 뿐 아니라, 고평가된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 또한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 두산밥캣은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벌어들이는 두산에너빌의 캐시카우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올해 1분기 기준 두산에너빌의 매출 4조978억원 가운데 2조3945억원(약 58.43%)를 차지했다. 두산로보틱스로 넘어가게 될 경우 두산에너빌 주주 입장에선 그만큼의 배당 재원이 될 수 있는 현금 창출원이 없어지는 셈이다.
고평가된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비율도 문제로 언급된다. 상장사 분할 및 합병 시 합병비율은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되는데, 지난해 10월에 코스피에 상장한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2배다. 즉 현재 두산로보틱스의 자산 가치보다 주가가 12배 높다는 의미다. 반면 두산에너빌의 PBR은 1.87배로, 로보틱스와는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두산에너빌은 작년 기준 5175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산업용 AI를 개발하는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설립 후 단 한번도 순익을 내지 못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래 성장성을 두고 고평가된 주식 가치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 가치를 비교했기에 합병비율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 TV에 “사실 계약 내용만 보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받기 어려운 조건이다. 1년에 1.2조 남기는 자회사가 사라지는데도 교환 비율이 좋지 않다”라며 “향후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상승의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의 지분(46.06%)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는데, 이는 고려하지 않고 두산로보틱스의 지분으로만 퉁친 상황”이라며 “두산밥캣을 제 값에 넘기지 못한 에너빌리티 이사들의 상대로 배임죄가 성립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두산에빌, 소액주주·국민연금 지분 70%.. 분할합병 임시주총 문턱 넘을까
이번 분할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오는 9월 두산에너빌리티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들과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이번 두산에너빌의 분할합병건의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 안건이기에, 출석주주들의 2/3 이상과 발행 주식 수 1/3 찬성이 있으면 통과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두산에너빌의 두산 및 특수관계인과 우리사주조합까지 합친 지분은 31.83%(발행주식수 대비)에 달한다. 이에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60%이상이지만, 2% 이상 주주들이 두산에너빌의 분할합병 안건에 찬성할 경우 통과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 TV에 “주주들로부터 반발이 큰 분할합병이지만, 두산측 지분 상황만 봤을땐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며 “밸류업과 역행하는 이번 사례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도 향방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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