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지주·IBK투자증권 등 영구채 조달 박차
자금 확보·건정성 제고…부동산신탁사도 관리 나서
연 4~5%대 고금리 내세워…”높은 투자 수요 지속”
비은행 금융지주와 증권사·부동산신탁사들이 자본 확충을 위한 방안으로 잇따라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카드를 꺼내고 있다. 자금 조달과 동시에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데다 고금리 투자 수요가 맞물리면서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자금 마련 통로로 적극 활용되는 양상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적정성을 제고하고 외부에서 빠르게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비금융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길며 채권처럼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일반 회사채와 달리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돼 기업들이 외부에서 돈을 조달하며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수월하다. 이에 그간 주로 금융회사가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해왔다.
최근 들어 금융권뿐 아니라 비금융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활발해진 것은 고금리 장기화로 부채비율과 이중레버리지비율 관리가 필요한 곳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건전성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자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9일 30년 만기 5년 조기상환권(콜옵션)을 조건으로 총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해 234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공모 희망 금리 밴드로 5.0%~5.6%의 고정 금리를 제시해 5.1%에 목표액을 채웠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2월 비은행 금융지주로는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뒤 5개월 만에 다시 발행에 나섰다. 이는 지난 5월 메리츠증권의 2000억원 규모 메리츠캐피탈 유상증자 참여와 4월에 발행된 메리츠화재의 1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인수 등 자회사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회사 측은 향후 실적 둔화나 계열사 지원 시 이중레버리지 비율 기준 재무구조 안정성 등급 하락 가능성이 있어 일정 수준의 버퍼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IBK투자증권도 지난 11일 설립 이후 최초로 1000억원 규모의 사모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금리는 5.7%로 만기 5년 콜옵션이 부여돼 있다. 인수에는 보험사와 연기금 등 총 5개 기관이 참여했다.
이번 발행에 따라 IBK투자증권의 순자본비율은 현재 479%에서 약 550% 수준으로 증가해 자본건전성이 강화됐다. 사측은 중소기업을 위한 자기자본 직접투자(PI)와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부동산신탁사들도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재무안정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달 27일 KB금융지주의 도움을 받아 1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모회사인 KB금융지주에서 대부분 인수했고 이외 투자자들이 나머지 잔량을 인수했다.
앞서 신한자산신탁도 지난 5월 신한금융지주의 지원을 받아 1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두 신탁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은 설립 이후 최초로 모두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업계에선 당분간 기업들이 막바지 높은 금리를 앞세워 신종자본증권의 투자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가 연 4~5%인 만큼 3% 수준인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고 향후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올라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어서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비은행 금융사들이 모집예정 금액을 상회하는 자금을 확보했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기대 속 높은 금리 매력을 보유한 크레딧 채권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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