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1년 새 20조원 늘었다. 노후 대비를 위해 퇴직연금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데다 고금리 기조에 은행권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주식·펀드 등 고위험 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원리금 비보장형의 경우 1년 수익률이 15%에 육박했다.
퇴직연금은 DB형, DC형, 개인형 IRP형으로 구분된다. DB형은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되며 기업이 적립금을 관리하는 상품이다. DC형은 기업 부담금이 확정돼 있어 매년 연금입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입금해 줘 근로자가 직접 운용한다. 최근 수요가 커지고 있는 개인형 IRP형은 근로자가 직접 계좌를 개설한 후 적립금을 납부하고 운용한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퇴직연금 적립금은 141조93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21조1897억원) 대비 20조7441억원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 증가치를 보였다. 4대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134조5898억원으로, 1분기 138조1698억원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분기 적립금 규모는 신한은행이 42조203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은행 38조9360억원 ▲하나은행 36조1297억원 ▲우리은행 24조6650억원 순이었다.
4대 은행의 올해 2분기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 평균 수익률은 DB형 4.07%, DC형 3.73%, 개인형 IRP 3.54%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원리금 비보장 평균 수익률은 DB형 8.16%, DC형 13.60%, 개인 IRP 12.96%로 집계됐다. 해당 수익률은 최근 1년간 은행의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을 의미한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하나은행 원리금 비보장 DC형으로 수익률이 14.83%였다. 퇴직연금은 투자처에 따라 원리금 보장과 비보장으로 나뉜다. 원리금 보장 상품은 퇴직연금을 은행의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한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은 주식, 펀드, 채권 등 상대적으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지만 운용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수익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원리금 비보장의 경우 DC형은 하나은행에 이어 ▲국민은행 13.73% ▲우리은행 13.04% ▲신한은행 12.81% 순이었다. 개인형 IRP형은 ▲국민은행 13.62% ▲하나은행 13.26% ▲우리은행 12.71% ▲신한은행 12.25% 순이었다. DB형은 ▲국민은행 9.42% ▲신한은행 9.33% ▲우리은행 7.33% ▲하나은행 6.62% 순이었다.
원리금 보장의 경우 DC형은 ▲하나은행 3.85% ▲국민은행 3.76% ▲신한은행 3.68% ▲우리은행 3.62% 순이었다. 개인형 IRP형은 ▲하나은행 3.58% ▲신한은행 3.55% ▲국민은행 3.52% ▲우리은행 3.50% 순이었으며 DB형의 경우 ▲하나은행 4.11% ▲신한은행 4.10% ▲우리은행 4.08% ▲국민은행 3.99% 순을 보였다.
은행권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10년 후 100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나은행은 은행권 첫 연금자산 관리 상담센터인 ‘연금 더 드림 라운지’를 올해 하반기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 기존 연금사업본부를 독립본부로 전환했다. 신한은행은 하반기에 퇴직연금 일임형 로드어드바이저 서비스도 도입한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 원리금과 비원리금 상품을 결합한 저위험 신포트폴리오도 출시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만큼 퇴직연금 고객 잡기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며 “특히 은행의 경우 비이자수익을 늘려야 하는데, 퇴직연금의 경우 수수료로 수익을 내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는 만큼 수익률과 적립금 규모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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