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1세, 15세 자녀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증여하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 두 자녀에게 한 번에 목돈을 주기는 자금 상황이 빠듯하다. 은퇴하기 전까지 매달 소액이라도 조금씩 증여하면 부담은 크지 않다. 이 경우 증여 신고는 매달 해야 하는 것인지, 증여세는 어떻게 매겨지는지 궁금하다. 적금을 들 듯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증여하는 ‘유기정기금(有期定期金) 증여’에 대해 알아봤다.
흔히 ‘증여’라고 하면 한 번에 자녀에게 큰 자산을 물려주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증여의 방법은 다양하다. 유기정기금 증여는 목돈 마련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최근 월급쟁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 미성년 19만원·성년 47만원씩 10년 증여 ‘세금 0원’
유기정기금 증여는 기한을 정해 놓고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증여하는 것을 일컫는다. 증여자와 수증자(증여를 받는 사람)가 사전에 증여 계약을 체결하면, 매달 증여 신고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절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정기금 증여 신고 시 증여재산 가액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계산하는데, 할인율은 연 3%씩 ‘복리’로 적용된다. 매년 증여한 돈의 일정 비율만큼을 차감하는 단리(單利)가 아닌, 줄어든 원금에 매년 또다시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단리에 비해 할인 폭이 커 증여재산 가액이 줄게 돼 증여세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A씨가 미성년 자녀에게 10년간 18만9000원씩 증여하면 총 증여 재산은 2268만원이나, 할인율 3%가 적용돼 증여재산 가액은 1993만원이 된다. 미성년 자녀의 경우 10년 단위로 2000만원까지 증여세가 공제되는 점을 고려하면 A씨의 자녀가 내야 하는 증여세는 0원이 된다. 일반 증여 시 공제한도를 넘는 268만원에 대한 세금 26만원을 내야 한다.
A씨가 성년인 첫째 자녀에게 10년간 47만원씩 증여할 경우도 증여세는 없다. 만약 A씨가 일시로 5640만원을 증여하면 A씨의 자녀는 공제한도인 500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선 증여세를 내야해 62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증여 재산가액이 많을수록 절세 효과는 두드러진다. A씨가 10년간 100만원씩 증여하면 증여재산 가액은 1억543만원이 되는데, 증여세는 828만원으로 A씨의 자녀가 일반 증여 시 내야 하는 세금(970만원)과 비교해 142만원을 아낄 수 있다.
◇ ‘최초 입금일’ 기준 10년 뒤 추가 증여공제 가능
정기금 증여는 ‘최초 입금일’을 증여일로 간주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A씨가 자녀에게 올해 7월부터 2033년 7월까지 10년간 다달이 일정액을 증여하기로 약정했을 경우, 증여일은 2024년 7월이 된다. 증여세 절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0년 단위 증여 공제’인데, A씨의 자녀들은 2034년에 추가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만약 A씨가 목돈을 일시에 주기 위해 저축을 해 증여일이 10년 뒤로 밀리면, A씨 자녀들의 10년 공제 한도는 날아간다. 증여는 이월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A씨의 미성년 자녀가 10년 뒤 스무 살이 넘을 경우 증여재산 공제 2000만원은 받을 수 없고, 25세 기준으로 5000만원만 공제받을 수 있다. 증여 계획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하는 이유다.
정기금 증여는 증여자와 수증자가 사전에 증여계약을 체결하고 최초 입금일로부터 3개월 이내 증여 신고를 하면 된다. 증여 신고에 필요한 서류는 증여자와 수증자의 통장 사본, 가족관계증명서, 증여계약서, 유기 정기금 평가 명세서다. 국세 종합 서비스 사이트 ‘홈택스’를 이용하거나 관할 세무서에 직접 방문해 신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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